
양귀자의 연작소설집 ‘원미동 사람들’이 처음 출간된 것은 1987년이다. 그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신판에 20쇄를 넘기면서 이 책은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없이 사는 사람들한테는 여기가 그래도 살만한 곳’이라는 경기도 부천시 원미동에 살고 있는 가난한 서민들의 이야기가 이토록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없이 사는 이웃을 향해 우리들의 마음이 그만큼 열려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원미동 사람들’에 포착된 1980년대의 부천은, 치솟는 집값 때문에 서울에서 밀려난 화이트칼라가 날림으로 지은 연립주택에 생애 첫 내 집 마련을 하는 곳이며, 여섯 식구의 가장인 날품팔이 잡역부가 반지하 월세방에서 하루 한 끼는 라면으로 때우며 살아가는 곳이고, 원미동 토종 지주가 끝까지 안 팔고 있던 텃밭을 도시개발의 기세에 밀려 결국은 팔게 되는 곳이다. 팽창하는 서울의 위성도시로 개발되면서 가파른 변화를 겪으면서도 돈 없고 힘없는 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곳이었다.
‘원미동 사람들’을 통해 1980년대 신도시 주민들의 애환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2000년대 신도시 주민들의 삶과 꿈을 이해하기 위해선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라는 책을 읽어볼만하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필자가 실제로 겪고 실천한 일들을 한올한올 주옥같은 글 솜씨로 엮어나간 수필집이다. 당시 두 어린 아이의 엄마였던 필자는 2000년 신도시 개발의 한 가운데에 있던 용인 수지에 사재를 털어 ‘느티나무 어린이도서관’을 열었다. 그리고 도서관의 안정적인 운영과 지원을 위해 2003년에는 ‘느티나무 문화재단’을 설립하였다.
이 책 속에는 문화의 불모지인 신도시에 ‘느티나무’라는 이름의 도서관이 뿌리내리기까지 겪어야 했던 과정이 들어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니라, 아이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도서관문화 만들기이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 나누고 도와가며 관계를 확장시키는 공동체문화 만들기이다.
도서관은 비록 아파트 상가 건물의 지하에 자리하고 있지만 도서관으로 내려가는 계단의 절반을 미끄럼틀로 만들어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것이 곧 놀이터로 들어가는 것처럼 해 놓았다. 도서관 내부에는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높고 낮은 높이의 서가뿐만 아니라 책 읽는 그네, 누워서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모양의 소파, 책 읽어 주는 방,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간이 주방 등 느티나무도서관만의 철학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다양한 시설들이 있다. 딱딱하고 엄숙해서 오히려 어린이들로 하여금 책을 멀리하게 하는 도서관이 아니라 책이 있는 놀이터요 아이 업고도 갈 수 있는 도서관이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놀면서 책을 읽고 스스로 책 읽는 재미를 터득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놓았다.
이토록 사람 냄새나는 도서관이다 보니 도서관에서는 자연스럽게 아이들끼리, 엄마들끼리, 혹은 아이와 엄마가 함께하는 독서동아리, 취미동아리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정기적인 발표회나 회합의 자리로까지 발전이 되었다고 한다. 그뿐인가, 도서관은 갈 곳 없고, 할 것 없는 소외가정의 아이들을 품어 돌보는 일까지 맡아 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 아이들을 ‘도서관 아이들’이라고 부른다. 개중에는 필자로 하여금 경찰서로 병원으로 몇 번씩이나 종종걸음을 치게 했던 아이들도 있었으나 필자는 이들을 끝까지 이해하고 믿고 품어주었다. 거리로 떠돌다가 며칠 만에 돌아온 아이에게 필자가 한 말은 ‘밥 안 먹었지? 밥 먹자’였다. 마음이 크게 다친 아이에게는 절대적인 사랑만이 약이라는 소신과 함께.
신도시의 삭막한 아파트 숲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튼실한 느티나무 한 그루 키울 수 있다는 신념으로 즐거운 도서관문화 만들기, 따뜻한 공동체문화 만들기의 길을 연 ‘느티나무 어린이도서관’ 박영숙 관장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느티나무 도서관의 사례는 이제 널리 알려져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이들이 전국에서 찾아온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