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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문제는 집행과정 문제

 

우리 사회에 규제와 관련한 묘한 긴장감이 존재한다. 오랫동안 중앙집권적 역사를 가진데다 일제시대와 6.25 한국전쟁을 겪은 뒤 곧이어 정부주도의 경제발전 과정을 거친 뒤여서 그런 지 많은 국민들이 경제 문제가 발생할 때면 정부가 적극 나서서 문제 해결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1980년대 이후 민주화과정과 세계경제의 자유화와 규제완화의 물결을 동시에 20년 가까이 경험하면서 규제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히 커졌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교육, 대외개방, 균형발전, 복지, 금융 등 우리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온 거의 대부분의 경제사회문제에 있어 규제가 긴요하다는 입장과 규제를 대대적으로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인들도 규제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이왕이면 외국인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살았던 그들은 우리나라의 규제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나라 성인이라면 익히 알만한 분 중에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냈던 제프리 존스라는 분이 있다. 존스 씨는 한국에 20년 넘게 살아왔으며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부르고 있다. 그 분이 한 이야기 몇 구절을 인용해보자. “고향인 미국 로스앤젤레스 해변가 지역엔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규제가 많다. 그러나 (중략) 모두들 거기에 맞춰 아무 불편 없이 기업도 하고 경쟁도 한다.” 이 이야기대로라면 우선 규제가 많은 것이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선 위에서 (중략)이라고 생략된 부분은 ‘규제 적용이 들쭉날쭉하지 않기 때문에’이다. 즉, 규제의 적용이 일관성이 있기 때문에 규제가 많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좀 더 이 분의 말을 인용해보자. “현재 (한국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규제는 많다. 그런데 그 규제들도 따지고 올라가면 규제가 허술하고, 또 이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각종 편법이 양산되면서 그걸 막기 위해 또 다른 규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급조된 것들이다. “규칙을 지키는 사람과 안 지키는 사람이 뒤섞여 있고, 그걸 방치하면 경쟁상황이 엉망이 된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규제가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기보다는 그것이 집행되는 과정에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존스 씨는 “규제를 줄여달라는 게 아니라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집행해 달라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규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 것이 있다면 통상 획일성과 경직성을 꼽으며, 이를 규제의 원죄(original sin)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에 대한 비판은 곰곰이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규제는 시장경제에 있어 게임의 규칙에 해당한다. 게임을 해본 사람은 게임에서 일반적으로 적절하다고 간주되는 규칙이 갖는 성격은 바로 획일성과 경직성에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발전을 가장 잘 보장한다고 해서 시장경제를 소신있게 주장해 왔고 그 이유로 노벨경제학상까지 받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좋은 규칙은 바로 이러한 성격을 가진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좋은 법률이나 규칙이 지녀야할 세 가지 속성 중 두 가지로 일반적이고 추상적이어야 할 것과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유시장의 대변자였던 하이에크가 강조했던 좋은 규칙이 세 번째 속성은 무엇일까?

그는 좋은 규칙은 알려져 있어야 하고 확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제프리 존스가 지적했던 바로 그 점이다. 즉, 규칙을 만들었으면 그것을 일관되게 집행해 예측가능성과 확실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오랜 중앙집권적 전통과 정부주도의 경제발전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사회에 지나친 규제가 있음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상의 논의에 비추어 볼 때 우리가 가진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규칙 또는 규제가 일관되고 공평하게 집행되지 않는다는데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선 새로운 제도나 규제 만들기보다 있는 제도를 보다 일관되게 집행할 수 있는데 보다 많은 자원이 할당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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