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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평]연주자의 웃지못할 실수에도 박수를…

무대에서 떨어지고 조는 모습 감추려고
선글라스 쓰기도…무대위도 사람 사는곳

 

여성연주자들은 남성들과 달리 연주복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많은 정성을 쏟는다. 대체로 기악연주자들이 연주동작에 지장을 받지 않는 연주복을 선택하는데 비해 성악가들은 화려한 의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여성연주자들은 계절에 따라 2~3벌정도의 연주복을 갖고 있다. 값은 보통 몇 십만원에서 기백만원까지 다양하다. 언젠가 부터는 앙드레 김 등 유명디자이너들이 만든 연주복을 선호하는 여성연주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연주는 물론이고 관객들을 위해 이모저모 신경을 쓰다 보니 의상 때문에 웃지 못 할 해프닝이 가끔 벌어진다.

지나간 웃지 못 할 사건(?) 하나를 예로 들자면 과거 홍연택씨가 지휘하는 코리안 심포니 반주로 열린 ‘신춘오페라 아리아의 밤’공연 때다. 국내 내노라하는 유명 성악인들이 총동원된 이날 연주회에는 마침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던 중 잠시 귀국한 소프라노 K씨가 무대에 서게 됐다. 현재는 중견 성악가로 활동 중인 그녀는 오랜만에 고국팬을 위해 다른 때와 달리 꽤나 화려한 패티코트를 입고 무대에 나서던 참에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우아하게 걸음을 내디디던 그녀가 갑자기 비명소리와 함께 무대에 나뒹구는 것이 아닌가? 그만 긴치마를 밟아 넘어지고 만 것이다. 눈 깜박할 사이에 벌어진 아찔한 순간이었다. 잠시 후 객석에서 “와~~~”하는 함성과 함께 누군가 박수를 쳤고 뒤따라 박자를 맞춘 격려의 박수가 객석을 가득 메웠다. 그녀는 관객들의 성원을 받으며 무사히 연주를 마쳤지만 다음날 공연에서는 부은 손목을 감추느라 때 아닌 긴 장갑을 끼어야 했다.속도 모르는 관객들은 색다른 무대패션이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어찌 보면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듯이 넘어진 덕분에 무대의상에 센스있는 성악가로 비춰지기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 후로 무대감독은 긴 치마를 입고 나오는 연주자들에게 일일이 “치마 조심하세요”라는 멘트를 해야 하는 한 가지 일거리가 더 생겼다. 또 한 가지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하는 무대위 얘기가 있다.

고향악단 단원들이 연주장에 들어설 때는 대부분 악기를 애인 껴안듯이 조심스럽게 가슴에 품는다. 이때 007가방을 들고 때로는 선글라스까지 써 마치 첩보영화의 스파이들처럼 들어서는 단원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타악기 연주자들이다. 하지만 가방에서 꺼내는 물건들은 스파이 용품들이 아니라 드럼 등을 칠 수 있는 스틱(stick 나무막대기)과 목탁, 트라이앵글, 캐스터네츠 등 좀스러운(?) 것들로 마치 고물장사를 방불케 한다. 그런데 타악기 연주자들은 연주 중 해프닝을 가장 많이 일으키는 부류에 든다. 연주에 이따금 등장하다보니 고참 연주자들은 연주중 졸다가 차례를 잊어버리는가 하면 조는 모습을 감추려고 선글라스를 쓰기도 한다.

오래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서 타악기 파트가 비교적 자주 등장하는 비제의 카르멘을 연주할 때였다.

KBS 타악기 연주자인 K씨가 그만 드럼세트를 잘못 건드려 연주중 드럼세트와 다른 타악기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 해프닝이 벌어졌다. 다행히 다른 연주자들의 협조로 연주는 무사히 끝났지만 모두들 진땀을 흠뻑 흘렸다고 한다.

얼마전 은퇴한 서울시향의 타악기 수석주자였단 김인학선생은 평생을 오케스트라 타악기 주자로 활동한 이 계통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가 예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때 팀파니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쉬는 도중 심심해서 의자를 앞뒤로 움직이며 무료함을 달래다 갑자기 의자와 함께 연주단 밑으로 떨어졌다. 타악기 연주자가 앉는 연주단 끝자리는 그 높이가 무대에서 2~3m나 된다. 여하튼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진 김선생은 혼절 했고 2~3분후 정신을 차려 올려다 보니 연주는 계속되고 있었다.

황급히 자신과 함께 떨어진 의자를 밟고 간신히 등산하듯이 제자리로 돌아가 자기 차례에서 팀파니를 쳐대며 아슬아슬하게 연주를 끝냈다. 일반인들에게는 믿겨지지 않겠지만 틀림없는 사실임을 어찌하겠는가… 음악을 듣기만 하는 관객입장에서야 무대가 높고 어려워만 보이지만 무대도 작은 사회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 세계에서 웃지 못할… 연주자 본인들은 진땀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우리 관객들은 편안한 감상을 하면서 가끔 일어나는 해프닝에는 박수도 보내면서 살짝 웃어주는 여유로 무대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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