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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희칼럼]‘부시·아베’ 한반도 관련대화 공개해라

북핵 문제 상당시간 논의 당사국에 떳떳이 알려야
부시,日동맹 -北핵서 갈등 한반도 음모론 잊어선 안돼

 

일본 제국주의가 날로 힘을 얻어가던 1905년 9월,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가 조선을 방문했다. 민영환, 이 준 등은 그 여인을 만나 “조선이 처한 현실이 급박하다. 그러니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야 한다. “라며 특사 파견을 제안하자 앨리스는 이를 승낙했고 고종은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Hubert)를 밀사로 파견하게 된다. 그런데 헐버트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훨씬 이전인 7월 29일, 미국과 일본은 몰래 가쓰라-테프트 밀약(Katsura-Taft Secret Agreement)을 맺어 필립핀은 미국이 차지하고, 조선의 외교권은 일본이 넘겨받는 데 합의한 바가 있었다. 고종은 전혀 몰랐다.

부시 대통령과 아베 수상은 지난달 27일, 부시 대통령의 켐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만났다. 그들은 이 자리에서 ‘북 핵 문제’를 상당히 깊게 논의한 것 같다. 회담이 끝난 다음 두 사람 모두 ‘북 핵 문제를 긴 시간 논의’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발표는 “북한의 의무 이행을 바란다는 공통된 희망을 밝혔다”는 짤막한 내용뿐이었다. ‘북 핵 문제’는 북한의 문제이자 동시에 한반도의 문제이다. 왜 그들이 ‘북 핵 문제’, 즉 한반도 문제를 ‘긴 시간’논의했는지가 주목 대상이다. 베이징 6자 회담의 ‘2.13합의’에 따라 미국은 BDA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하고 북한은 자금 해제의 ‘실효성’을 확인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행동 대 행동’ 원칙의 첫 단계를 밟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북 측이 아직 돈을 찾아가지 않고 IAEA 감시단도 부르지 않고 있는 것은 북한이 ‘실효성’을 확인하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2.13합의’ 이행 문제가 예정된 시한(60일)을 넘기면서부터는 국내에서도 미국 책임론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달 27일 자 논평에서 “처음부터 북한이 요구했던 것은 BDA에 묶인 2천500만 달러가 아니라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며 미국이 BDA제재 조처를 통해 간접적으로 북한 자금의 송금 길을 막고 있다는 의심을 제기했다. 같은 당 노회찬 의원도 비슷한 시기의 논평에서 “2.13합의가 이행되려면 타당성 없이 BDA를 ‘돈 세탁은행’으로 지정한 미국이 먼저 결단해야만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마카오 당국의 의뢰에 따라 BDA를 감사했던 회계법인 언스트 앤 영(Ernst & Young)은 지난 2005년 말 미 재무부에 제출한 비공개 감사보고서에서 “우리 조사에서는 BDA가 위조 달러를 유통시키지 않았다는 점이 명백하다”며 “BDA는 미국의 금융제재를 받을 만큼 불법적이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 핵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미국 국무부의 비둘기파와 재무부의 매파 사이에는 치열한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국무성의 비둘기파들은 대화와 협상이라는 외교적인 수단을 통해 북 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데 반하여 매파들은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인 금의 해외 매각을 봉쇄해서 북한의 숨통을 아예 끊어버려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BDA은행은 그 동안 북한의 금 매각 창구 노릇을 했다. 금융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 재무부로서는 북한을 죽이려면 먼저 BDA를 죽여야 한다. 그런 재무부이기에 국무부의 대북 유화 정책을 방해하고 있는 듯 하다. 부시 대통령은 때로는 ‘인내심은 무한하지 않다’고 매파 편을 들기도 하고 때로는 ‘외교로 풀어야 한다’고 말을 바꿔가며 북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때로는 ‘친구 노무현’을 들먹이며 남북 이간질을 펴기도 한다.

미국 정부 안의 이 같은 권력 싸움을 지켜보는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치 문제’라는 헌 레코드판을 미국까지 들고 가서 틀었다. 아베 총리의 ‘선 납치 문제’ 해결 주장에 부시 대통령은 “납치 문제 해결 없이는 테러 지원국 해제 못한다”고 화답했다. 부시 대통령이 일본과의 동맹 강화와 북 핵 처리 문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증거이다.

부시 대통령이 영민하지 못하다는 것은 널리 소문이 나 있다. 미국 언론은 “대통령이 영민하지 못하면 국민만 불행한 것이 아니라 세계인도 불행해진다.”고 부시 대통령을 걱정하고 있다. 영민하지 못한 대통령과 교활한 총리가 만나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긴 시간’ 대화를 나눴다. 무슨 말을 그토록 오래 나눴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같은 음모를 꾸몄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 등은 부시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이의 ‘한반도 관련 대화 내용’을 공개하라고 미· 일 양국 정부에 요구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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