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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패륜범죄, 무관심이 부른다

늘어나는 가족 살해사건 ‘남의 가정사’ 인식 탈피해야

 

가정의 달인 5월을 전후하여 가족간 천륜을 저버린 범죄가 잇따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포천경찰서는 7일 만취상태로 ‘직업도 없이 매일 술만 마시고 다니냐’고 꾸짖는 어머니(78)를 둔기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아들(43·무직)을 구속하였다.

 

부산 사하경찰서 역시 8일 어머니(52)에게 꾸지람을 들은 후, 소주 2병을 마시고 부탄가스를 흡입한 상태에서 어머니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아들(27·무직)을 조사 중이다. 가족구성원간 폭력이 원인이 되는 이와 같은 사건들은 술의 힘을 빌리거나 혹은 본드나 가스 같은 향정신성 약물의 영향 하에서 발생한다.

가족구성원 간의 폭행치사 혹은 살인사건들은 사실 우리에게 있어 새로운 형태의 범죄사건인 것은 아니다. 배우자와 자녀들에 대한 상습폭행이 결국에 가서는 아내나 남편 혹은 직계비속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건들은 과거에나 지금에나 자주 발생하고 있다. 다만 최근 직계존속에 대한 폭행치사사건은 전에 비하여 증가추세에 있는 듯하다.

미국의 FBI 통계에 따르면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가족구성원인 경우는 전체 살인사건 중 14%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비하여 국내에서 발간된 연구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살인사건은 27%가 친족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고한다. 이 같은 사실은 범죄학적으로 보자면 매우 흥미로운 것이다. 세계적인 살인통계들은 대한민국이 일본 다음으로 살인사건이 덜 발생하는 국가인 것에 주목한다.

미국에서 인구 십 만 명당 일어나는 살인사건 발생빈도의 다만 삼분의 일만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다. 허나 유독 가족간 살해의 상대적 비율은 미국에 비해 더 높은데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쉽게 떠오르는 이유들 중 첫째는 우리네 가족구조는 서구 사회에 비해 여전히 결속력이 강하기에 구성원간 갈등에 기인한 문제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가족의 해체와 결합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서구사회의 경우 구성원들의 갈등은 굳이 결말까지 치닫지 않더라도 쉽게 종결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네 가족구조는 혈연관계를 토대로 끈끈하게 메어져 있어서 감정의 골이 깊어져도 쉽게 돌아서지 못한다. 비록 최근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서구 사회에 비해서는 여전히 친족관계가 강하게 유지되는 편이다.

두 번째 이유를 찾으려면 가족구성원간 발생하는 폭행치사 사건의 빈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구 사회에 비하여 특이한 점은 유독 가족구조 내에서 발생하는 폭행치사 사건의 상대적 빈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배후에는 바로 가정폭력이라는 가족병리가 깔려 있다.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가정폭력의 발생빈도 뿐 아니라 위험수위도 더 높다. 따라서 가정폭력에 기인한 폭행치사 사건 혹은 살인사건도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이다.

그 다음으로 주목할 만 한 점은 형사사법 기관의 태도이다. 서구 사회에 비해 우리나라 형사사법 기관은 가족구조의 유지와 가정의 보호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따라서 비록 가정폭력 사건이 신고 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범죄사건화하기보다 화해하기를 종용한다. 비록 기소가 되더라도 많은 수의 가정폭력 사건은 형사처벌보다는 보호처분으로 끝난다. 따라서 많은 수의 가정폭력 가해자는 가정으로 다시 복귀하게 되고 폭력행위의 수위는 반복을 거듭하면서 더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가족간 살해사건에 촉매가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점은 바로 우리의 인식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은 가정의 문제를 사적 영역으로 취급하여 남의 가정사에 결코 개입하고자 하지 않는다. 특히 이같은 입장은 오랫동안 가족병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성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제공하는 데에 어려움을 초래한다. 이같은 일반인들의 태도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외면하게 하며 바로 이같은 무관심이 결국에는 옆집에서 살던 사람이 바로 같은 집 사람에게 살해당하도록 방조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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