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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화 김회장 구속사건이 남긴 것

국내 재계 9위의 재벌총수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11일 전격 구속됐다. 다른 일도 아닌 폭력혐의로 재계 고위 인사가 구속된 것 자체가 특이하다. 우리는 김 회장의 폭력혐의 자체만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말 바꾸기, 경찰의 미심쩍은 수사경위, 한화그룹의 거짓 대응, 조폭 관련설 등 여러 가지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인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인 이러한 도덕의식은 계층 간의 대립을 해소하고 한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서 작금의 우리 사회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이다.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는 이튼칼리지 출신들은 예외 없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이 중 2천여명이 전사했고 포클랜드전쟁 때는 영국 왕실의 앤드루 왕자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하였다. 한국전쟁에는 밴 플리트 당시 미8군 사령관의 아들은 야간폭격 임무수행 중 전사했으며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아들도 참전했다. 중국 마오쩌둥 아들도 이 때 전사했다. 이 정도는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김 회장 아들의 일탈과 김 회장의 부적절한 처신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경찰이 뒤늦게 수사에 착수한 경위, 광역수사대가 아닌 남대문서로 이첩 결정된 경위, 경찰 내외의 부적절한 접촉 여부를 확인해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또한 한화 고문으로 있는 최기문 전 경찰청장 등 전·현직 고위 경찰 간부들이 수사팀이나 수사 지휘 계통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김 회장은 구속됐지만 이제는 경찰 스스로 의혹을 풀 차례다. 늑장ㆍ외압 수사 규명이라는 의혹의 본질을 파헤쳐 국민 앞에 밝히는 것은 경찰이 당면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수사권 독립과도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번 사건처리를 둘러싸고 보여 준 경찰의 부적절한 처신과 태도는 경찰수사권 독립과 관련하여 그 자질과 능력에 심각한 우려와 의심을 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어디 김 회장과 경찰뿐이랴. 우리 사회에서 수시로 분출되고 있는 탈법·불법행위와 이를 묵인하는 사회의식, 불법에 상응하는 응징과 약자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시스템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가 헤쳐야할 걸림돌이다. 이번 사건은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의 현 위치 그리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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