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창 시절, 교탁 위에 놓인 작은 꽃다발을 보고 겸연쩍어 하면서도 뿌듯해 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이미 유명을 달리하신 은사님의 연로하셨던 모습도 보이고 한 동안 잊었던 은사님께 전화라도 드려야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스승의 날은 감사와 축하의 날이 아니라 곤혹스러운 날이 되어버린 것 같다. 보도에 의하면 올해도 다수의 학교는 학교 문을 닫았다고 한다. 비록 의례적인 행사일지라도 선생님 가슴에 꽃을 달아드리고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르는 광경도 이제는 보기 어렵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딱한 일이다.
이유를 알면 우리 사회가 참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스승의 날에 학교 문을 닫는 이유는 ‘촌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학부모들이 스승의 날을 핑계 삼아 촌지를 가지고 학교에 올까봐, 그래서 또 언론이나 학부모 단체의 구설수에 오를까봐 아예 학교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촌지를 주고받지 말자는 운동이 오래 전부터 있어 온 상황에서 기를 쓰고 촌지를 전하겠다는 학부모도 문제지만, 설사 그런 학부모라도 하더라도 사정기관이나 학교 당국에서 잔뜩 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촌지봉투를 전할 강심장을 가지고 있을까?
더욱 양보해서 그런 사람이 전국에서 몇 사람 있을지 모른다고 해도 그것이 학교 문을 닫고 학생들에게 스승을 생각해 보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할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
하기야 교사들 입장에서 보면 이런저런 눈초리를 받아가면서 바늘방석 같은 스승의 날 행사를 치르기보다는 편하게 야외에 나가 바람이나 쐬든지 술한잔으로 동료들과 쓰린 속을 달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급기야 어떤 학교는 스승의 날 전후로 아예 황금연휴를 만들어 쉬는 곳도 생겼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보면 잘한 일인지도 모른다.
스승의 날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한 기념일이다. 예부터 전해온 스승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기리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시작은 1958년 5월 8일 국제적십자의 날을 맞아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이 병석에 있는 교사나 퇴직한 교사들을 방문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 단체는 해마다 이 일을 반복하다가 1964년에 5월 15일(세종대왕의 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였다. 언제부터인가 스승의 날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으며 1973년에 국민교육헌장선포기념일과 통합되었다가 1982년에 부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달리 지금 스승의 날은 많은 교사들에게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날이 되고 있다. 스스로의 자긍심을 확인하는 날이 되기보다는 자괴감을 곱씹어야 하는 날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촌지 문제다. 하지만 근원적으로는 학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고 교사의 사회적 지위가 낮아지고 있다는 문제가 숨어있다.
그것이 교사 개개인의 노력 부족이나 교사단체의 그릇된 활동 탓이든 아니면 학부모의 비뚤어진 교육열이나 당국의 정책 싶든, 또는 지식기반사회와 평생학습사회 전개라는 메가트렌드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시대적 조류든 간에 분명 우리의 오래 된 교육 현장은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들이 느끼는 자괴감은 바로 교육자로서 직면하는 존재론적 위기이기도 하다.
이참에 한 가지 엉뚱한 제안을 하고 싶다. 차라리 ‘스승의 날’을 없애고 ‘교육의 날’을 만들면 어떨까? 째째하게 촌지문제로 자존심 상하지 말고 갈수록 위기를 맞고 있는 교육의 문제를 교사, 학부모, 학생, 그리고 국민 모두가 함께 걱정하고 대안을 찾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교육가족 모두의 흥겨운 어우러짐도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