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라의 달밤에서 깡패 보스역으로 나온 이원종은 예비군 통지서를 들고 찾아온 동사무소 직원에게 “망할놈의 조국이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구”라고 내뱉는다. 관객은 자지러졌지만 나는 사색에 잠기고 말았다. ‘망할놈의 조국이 나에게 해 준 일이 정말 없을까?’ 하긴, 내 나이 스물엔 개벽을 위한 혁명을 꿈꿨다. 서른쯤엔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개혁을 외쳤다. 꽃다운 지난날, 내 나라 내 땅을 가슴이 멍울져 핏물 뚝뚝 떨어지도록 처절히 사랑했었다.
마흔을 훌쩍 넘긴 적지 않은 나이에도 까칠한 자유인으로, 바람의 아들로 살아가는 이유는 망할 놈의 조국을 사랑한 탓이었다. 그러나 내가 행복한 것은 아직도 망할 놈의 조국을 사랑할 열정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남은 삶을 사랑하며 눈감을 수 있게 해 준 이 땅과 내나라, 서로 몸 부비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행복을 주었다.
80년대 학생운동을 한 친구들, ‘길 위에서 길을 잃었다’라는 고백을 한다. 그렇다면 왜 길 위에서 길을 잃었을까? 이유는 두 가지다. 초심(방향타)을 잃은 것이며 앞서가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꽃다운 젊음을 불사른 이유는 ‘애국, 애민’이었다. 진정 사랑한다면 그의 행복을 위해 놓아줄 용기가 필요했다. 나만이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했다. 그의 행복을 위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했다.
이 땅과 내 나라, 서로 몸 부비며 살아가는 이들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1987년엔 ‘이끔과 이끌림’이 필요했다면 21세기엔 앞서 나가는 자가 아닌 함께 나는 기러기의 비행 방식, 시대의 리더로서의 이끔방식이 아닌 대한민국사회의 병목현상을 뚫어내는 기제를 발견하는 발견자의 자세가 필요했다. 함께 길을 걷는, 나눠지고 가는 운동을 감당해야 했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그들이 길 위에서 길을 잃은 이유다.
우리사회의 최대 병목현상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저신뢰사회’다. 저신뢰사회란 결국 사체금융 이자율이 78%에 달하는, 저신뢰에서 비롯되는 고금리 사회를 만들어버렸다. 이 땅을 사는 민중들의 내일에 대한 희망을 모조리 앗아가고 내 살아온 과거의 삶을 아무 의미 없는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때문에 그것을 뚫어야 했고 고민했다. 행운일까? 아니면 신의 축복이었을까? 매니페스토를 발견한 것이다.
고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계약사회로 가는, 신뢰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는 호재를 발견했다. 너무도 감사했으며 죄스러움이 밀려왔을 정도로 기뻤다. 개인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너무도 커다란 사업이기에 많은 이들에게 나눠지고 가자고 제안했다. 감사하게도 언론을 비롯한 많은 벗들이 이런 취지에 동감했으며 2007년은 매니페스토(약속)운동의 해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외국의 기제를 우리사회에 도입할 때에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왜 무엇 때문에 그것을 도입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때문에 즉흥적으로 도입해서는 안 된다. 때문에 한글학회의 따가운 질타를 감내하고도 긴 시간 매니페스토의 우리말 찾기를 고민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니페스토는 약속이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약속을 문서로 설명하는, What(무엇)과 How(어떤 방식으로)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약속운동이다.
대한민국의 병목현상인 저신뢰사회를 뚫어낼 아주 소중한 기제로 쓰여야 한다. 선관위 방식의 ‘참공약 선택하기’처럼 정치영역의 작은 프레임으로 가두어 둬서는 안 된다. 정치영역은 물론 사회영역(가정, 산업)으로 매니페스토(약속) 운동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신용(Credibility), 책임(Responsibility), 투명(Transparency), 지속(Sustainability)의 C.R.T.S 운동, 매니페스토(약속)운동을 추진할 것이다. ‘
장미꽃 가시가 목에 걸리어 목젖을 돋우어도 아직 사랑할 수 있는 붉은 가슴을 선서한, 내가 살아갈 남은 인생에 행복을 안겨준 망할놈의 조국에 나에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매니페스토 운동)을 선사해 줌에 감사한다. 이것이 저신뢰사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뚫어낼 기제인 한국형 매니페스토(약속)운동에 내가 미쳐있는 이유다.
〈출처: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홈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