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일선에서 국민의 권익과 가장 근접하게 닿고 있는 경찰이 일개 재벌의 하수인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대한민국의 안녕과 질서는 허물어지고, 대한민국의 운명은 재벌의 손아귀로 들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재앙이다. 국민은 과연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돈의 중심부에 우뚝 선 재벌의 전횡을 묵인하고 추종해야 하는가, 국민의 혈세로 치안을 맡긴 경찰에게 다시 한 번 뼈저린 각성을 요구하고 거듭날 것을 기대해야 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지금까지 경찰이 보인 태도는 봐주기 수사의 전형을 이루고 있다. 당초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사건이 남대문경찰서에 인지되어 서울경찰청을 거쳐 경찰청으로 보고되었을 때 경찰은 국민의 공분을 살 이와 같은 사건을 당연히 신속하게 지휘라인의 상층부에서 책임을 지고 수사하여 국민에게 한 점 의혹 없이 보고했어야 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사건의 수사를 남대문경찰서에 맡기고 한 달 이상 늑장수사를 벌였다. 수사팀에 대한 경찰 내외의 압력설도 끊임없이 불거졌다. 특히 한화그룹 고문직을 맡고 있는 최기문 전 경찰청장의 전방위 로비는 경찰의 이미지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경찰청 감사관실이 25일 발표한 감찰조사 결과의 핵심은 ‘조사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한 바, (청와대는) 외압 부분에 관한 의혹을 완전히 불식시키기 위해 검찰 수사가 더 적합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여’ 그 뜻을 받들겠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이 ‘총괄 지휘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것을 비롯,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형사과장, 남대문경찰서 서장과 수사과장 등 간부들이 줄줄이 직위해제와 함께 중징계를 받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수사과정이 경찰청 수뇌부까지 보고된 이상 이번 사건의 최고 책임은 경찰청장이 져야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임을 경찰이 아직까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더구나 우리가 애석하게 생각하는 것은 허준영 전 청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고 이택순 현 청장이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문제가 국민의 눈에 시기상조로 비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는 점이다. 경찰이 국민을 분격케 한 재벌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약한 국민의 권익을 짓밟는 방향으로 사건을 수사한다면 국민은 이런 경찰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아무튼 경찰이 자신의 명예를 스스로 짓밟은 이번 사건의 수사는 검찰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우리는 경찰이 검찰의 조치와는 별도로 썩은 살을 도려내고 거듭날 것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