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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희칼럼]이제는 언론도 변해야 한다

선진화 취재 시스템 도입 공청회·공론화 무시 잘못
언론 반발 일면 수긍되지만 취재방식 변화 시대적 요청

노무현 정부와 언론사 기자(중앙 일간지 기자) 사이의 ‘중앙관서 기자실 축소 조처’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이 1주일째로 접어들었다. 지난 22일 정부가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국민들은 대부분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가면서 중앙언론사들의 비판적 보도와 논평을 지켜보는 한편, 정부 측 개혁 의도와 입장을 접함에 따라 이해의 폭은 점차 넓어져 가고 있다.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골자는 이렇다. 현재 정부 세종로 중앙청사와 과천청사 안에 있는 기사브리핑 룸 7곳과 외교통상부·기획예산처·문화관광부 등 독립청사에 설치된 브리핑 룸과 기사 송고실 13곳을 중앙청사와 과천청사에 설치할 두 곳의 합동브리핑센터로 통합한다. 출입기자실이 20개에서 2개로 줄어든다. 대전청사 브리핑 룸은 그대로 둔다.

또 독립청사를 쓰는 청와대·검찰청·국방부·금감위는 현행대로 유지한다. 다만 검찰청·경찰청의 경우는 본청과 서울청의 기자실을 한 군데로 합치고, 일선 경찰서 8곳은 폐지한다. 또 기자들이 공무원들의 사무실을 무단출입하는 것을 막는 조처를 강구한다는 내용이다. 이 조처는 오는 8월부터 시행된다.

이 조처를 마련한 국정홍보처 측은 “앞으로 행정기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취재가 가능하도록 취재지원서비스를 강화하려는 것이며, 그 대안으로 전자브리핑 시스템을 구축해 브리핑 내용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송출하고, 취재기자의 개별적인 질문과 답변에도 이 시스템을 활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는 또 정보공개법을 고쳐 자발적인 정보 공개의 폭을 확대할 것임을 약속하고 있다.

이 조처의 발표 이후 중앙언론사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보수적인 신문들은 ‘5공 시절의 언론 탄압 재판’이라고 악평하면서 참여정부의 언론개혁 입법인 신문법의 폐지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뒤질세라 한나라당이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신문법을 손질하겠다고 호응하고 있다. 일부 대권주자들마저 기자실 축소 조처를 반대하는 형편이다.

우리 기자들은 그 동안 정부 각 부처마다 설치된 기자실을 무대로 취재 활동을 해왔다. 출입증을 패용하고 취재 대상의 집무실을 수시로 드나들며 면 대 면 취재활동을 하는 것이 관례였다. 공무원들과 어울려 술도 마셨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 소속 신문사의 민원 해결사 노릇도 했다. 그래서 기자들은 이런 관행을 혁파하려는 정부와 맞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 부처 안에 기자실을 두는 나라는 일본·미국 그리고 이태리 정도이다. 일본은 지금 기자실 폐지를 검토 중이다. 기자실이 없는 독일은 전자 브리핑 시스템이 아주 발달해 있다. 우리 정부도 이 시스템을 원용할 모양이다. 또 독일에서는 정부 보도 자료는 통신을 이용하고 있다. 물론 우리 언론도 그런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지만 독일 기자들은 정부가 취재활동을 제한한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인터넷 발달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언론 매체도 엄청나게 탄생했다. 종이신문의 경우, 중앙지는 10개 내외로 지난 20년 사이 크게 늘지 않았지만 지방지는 각 시도마다 수십 개씩이나 발행되고 있다. 경기도만 해도 27~8개가 난립하고 있다. 이들 신문사들은 중앙 행정부처에 기자들을 출입시키고 있다. 그래서 경제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재경부 한 군데에도 130여명의 기자가 등록된 실정이다. 모든 중앙 부처에 평균 100명 정도의 기자들이 출입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 기자실 축소와 통합 브리핑 룸 설치 및 전자 취재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공청회 같은 공론화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일제시대부터 내려온 취재 관행을 일거에 바꾸려 하니 언론이 반발하는 것도 일면 수긍이 간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실을 ‘기사 작성의 담합 장소’라고 매도한 바가 있는 터라서 이번 조처의 이면을 ‘정략적 측면’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언론도 인터넷 최강국에 걸맞게 변해야 한다. 그렇지 못해서 정부가 취재 관행이나 시스템을 변혁시키려 하는 것이다. 임기 말의 정권이 하는 일이라고 반대 또는 거부 일변도로 여론을 끌고 가려는 기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지지나 반대의 차원이 아니다. 선진화된 취재 방식의 문제이다. 출입처가 없어졌다고 기사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 발로 뛰어 만든 기사가 정작 훌륭한 기사이다. 정부의 이번 조처에도 미흡한 대목이 있을 수 있다. 시정을 촉구하면 될 일이다. 시대가 변한만큼 언론도 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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