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IMF라는 혹독한 시련을 국민이 합심하여 잘 극복하고 위기를 넘겼지만 최근들어 경제 사정이 어두운 국면을 보이고 있는데다가, 국민들이 국가안보와 민족통일이라는 대의명분에는 동의하지만 북한 핵문제와 맞물려 그 방법론을 둘러싸고 국론이 양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은 여야당을 막론하고 분열과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서 오는 12월에 치러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 정계개편이 거론되는 등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훈수정치’를 행하고 있는 현상이 주목된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을 찾아온 여권의 유력한 정치인들에게 ‘사생결단’이란 용어를 써가면서 여권의 통합 내지는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는가하면 호남과 충청의 단합만으로는 안 되니 영남을 분열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지역구도에 입각한 전술을 훈수하기도 하고, 남북한 정상회담은 8월 15일을 넘기면 어려워진다는 등 현직 대통령 못지않은 의욕을 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인사하러 온 야권 정치인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훈수정치에 대해 정권을 빼앗기면 자기(김대중 전 대통령)가 죽는 줄 안다고 분석하면서 "지금 완전히 발악을 하고 있다"고 독설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때 야당의 막역한 동지로서 민주화 투쟁을 함께 했고, 대통령직을 역임한 두 사람이 이렇게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으며, 절제되지 않은 말들을 국민을 향해 쏟아내고 있는 모습은 늦봄이지만 이미 여름으로 들어서 더워진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지금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훈수정치는 조선시대에 태조가 상왕으로서 태종에게 훈수를 시도했지만 잘 먹히지 않자 화가 나서 함흥으로 돌아가 칩거하는 것과 비슷한 유형에 속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태조보다 더 열성적이어서 노무현 현 대통령을 가르치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도 있다 그리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신이 마음에 안 든다해서 ‘발악’ 운운함으로써 시중의 육두문자를 쓰는 사람 수준으로 자신을 격하시키고 있는 것 같다.
전직 대통령들은 나라가 어렵고 국민의 마음이 갈라져 있을 때 국가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전한다든가, 후배 정치인들이 실천했으면 하는 사항들을 조언할 경우에도 원리적인 점만을 적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는 달리 그들이 어떤 정책의 시한까지 정해 훈수한다든가, 지역감정에 기반을 둔 전술을 들먹인다든가, 덕담 대신 막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여 또 다른 분란을 조성하려면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이 현명하다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