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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 근대편 역주

1910년 융희 4년 3월 설악산 백담사에 머물고 있던 만해 한용운은 중추원에 건의서를 내고, 다시 그해 9월에는 통감부에 건백서를 제출해 승려의 결혼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기각돼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 건의서에서 만해는 "종교경쟁의 싸움터에서 불교교세를 확장하려면 승려의 결혼을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면서 "남녀 사이의 욕정이란 지혜로운 자나 바보나 공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승려의 씨를 뿌려 불교를 확장하겠다는 발상이 지금 보면 참 기이하기도 하지만 독립운동가의 측면만 부각된 만해의 또다른 일면을 엿보게 하는 희귀한 자료다.
그렇다면 만해의 이 일화가 단순한 전승이나 전설인가?
우리가 조선의 마지막 '보편천재' 이능화(1869-1945)를 다시금 주목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최근 사회 일각을 들썩이게 한 친일파 명단이 논란이 됐던 이유의 하나로 이능화가 꼽힌다. '민족정기'를 앞세운 일부 시민단체가 조선총독부가 임명한 조선사편수위원으로 오래 활동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친일파로 몰았으나, 거기에 이능화가 포함된 데 대한 반발은 극심했다.
사실 조선총독부의 각종 문건이나 그가 남긴 글을 볼 때 이능화만큼 '조선적 전통'을 창출하려 부심한 인물도 드물다.
그의 저술작업은 안 미친 곳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각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앞서 말한 만해 관련 일화는 이능화가 저술해 1918년에 출판된 「조선불교통사」라는 3권2책의 방대한 저술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만해의 건의서 전문이 실려 있다. 그가 얼마나 사료 정리에 치밀했는지 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작은 사례다.
한국 불교학계에서 순한문 2천300쪽에 달하는 「조선불교통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 불교종합사로서 가장 치밀하고 방대한 저술로 꼽힌다. 여기서 이능화는 한반도 각 시대별 불교역사는 물론이고 당대 조선불교의 30본산과 그 말사에 관한 기록, 인도.중국의 대표적 종파. 각 고승의 행장 등을 정리하고 있다.
때문에 이 저술은 한국불교사 연구의 1급 문헌으로 꼽히며, 이 분야에 관련된 어느 글이건 빠지지 않고 인용돼 있다. 학계가 가장 크게 빚지고 있는 저술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아직까지 완역되지 않고 있다. 모대학 부설기관이 이 책을 완역하겠다고 국가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 용역을 따내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성과는 감감무소식이다.
이런 실정에서 단국대 사학과 박사 출신이며 현재 파라미타청소년협회 사무총장인 이병두씨가 「조선불교통사」 가운데 1900년대 이후에 관련되는 내용들을 가려 뽑아 역주한 책을 도서출판 혜안에서 최근에 냈다.
이번 역주본을 통해 조선총독부가 취한 각종 불교 관련 정책과 조처들의 실상을 아주 구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근대편 역주본은 '조선총독부 불교정책 자료집'이라고도 할 수 있다. 392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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