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 다리가 골절된 후 나는 오랜 동안 산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그저 분주하게 다니는 이들의 행렬을 창 너머로 바라볼 뿐이었다. 낮이고 밤이고 길은 언제나 차량과 사람들로 넘쳐났다.
깊은 밤 신 새벽에만 잠시 거리는 비어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거리의 곳곳에 깊게 드리웠던 어두움 사이로 빛이 스며들기 시작하면 어느 새 길은 다시 무엇인가로 넘쳐났다. 차고 넘쳤다.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이 거기 있었다. 나는 분주한 삶의 주인들을 바라보며 행복하기를 진정으로 바랬다. 기도했다. 그들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슬픔이 이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아마 그들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때로 그들에게 묻고 싶었고 용기를 내어 묻기도 하였다. 그래서 행복하냐고 말이다. 그렇게 바쁘게 정신없이 살아서 지금 행복하냐고 말이다. 그들은 대답하였다. 이렇게 바쁘게 살 수 있으니 행복하다고 말하였다. 행복하기 위해서 바쁘게 산다고 말하였다.
행복이란 것이 별거냐 이렇게 정신없이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였다. 행복이란 것을 잊은 지 오래되었다고 말하였다. 그저 맥 놓고 웃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그런 대답을 들을 때마다 슬펐다. 아니 그런 대답을 들어서가 슬펐던 것이 아니라 그런 질문을 하는 나의 어리석음을 바라보는 것이 슬펐다.
어쩔 수 없는 슬픔이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왔다. 행복하냐고 물어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는가 말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행복이란 가르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살아가며 알아갈 뿐이다. 느껴 갈 수 있을 뿐이다. 똑같은 삶을 살아도 행복을 알고 느끼는 이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다.
어떤 삶을 살아가든지 간에 행복은 오직 그들 자신의 몫일뿐이다. 봄 산을 붉디붉게 물들이던 진달래 지고나면 온 산을 희고 희게 물들이며 이팝나무의 꽃들이 찾아드는 것처럼 각자의 삶이 있을 뿐이다. 진달래에게는 진달래의 삶이 있고 이팝나무에게는 이팝나무의 삶이 있듯이 우리에게는 우리 각자의 삶이 있을 뿐이다. 사실이 그런데도 나는 슬프다. 쫓기듯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 때문에 슬프다. 그저 슬프다.

병원으로 가기 위해 창 너머로 보이던 길로 들어섰다. 목발에 의지해 건널목을 건넜다. 사람으로 넘쳐나는 좁은 길로 들어섰다. 아무도 내게 신경 쓰지 않았다. 목발을 짚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내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모두들 제 일에 마음을 빼앗겨 다른 사람들은 아예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건널목에서도 좁은 길에서도 모두 제 갈 길만 갔다. 나를 기다려주는 이는 없었다. 기다려주는 것은 고사하고 나를 치고 가면서도 한 번 돌아보는 이들도 흔치 않았다. 그들은 그들대로 제 갈 길 가느라고 바빴고 나는 나대로 병원을 가기 위해 진 땀 흘리며 바빴다. 손바닥도 아프고 팔꿈치도 뻐근해 왔다. 사람들이 치고 간 어깨도 얼얼하였다. 땀은 비 오듯 하였다. 나는 잠시 길 한가운데 그대로 섰다. 사람들이 내 곁을 스치듯 지나갔다.
나는 온 몸에 힘을 빼고 목발에 어깨를 의지한 채 서서 숨을 고르며 내 앞에 놓인 길을 바라보았다. 길은 울퉁불퉁하였다. 고르지 앉았다. 목발을 짚기 전에는 길이 그렇게 울퉁불퉁한지 알지 못하였다. 나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무심히 지나는 발걸음들 사이로 어디를 짚어야 할지 세세히 살펴보았다. 우연이었을까. 그 발걸음들 사이로 작은 들꽃이 보였다. 빠른 걸음으로 그 길을 지날 때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였던 들꽃이 거기 있었다.
저만의 이름이 있을 텐데...
애석하게도 나는 알지 못하였다. 수많은 발걸음들 사이에서 용케도 밟히지 않고 자라고 있었다. 아니 이미 여러 번 밟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목발에 의지해 들꽃에게 다가갔다. 고개를 숙인 채 바라보았다. 꽃망울이 맺혀 있었다. 꽃을 피우려고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꽃이 피는구나.
이곳에서도 생명이 자라나고 있구나.
이렇게 매연 가득하고 제 갈 길만 가느라 다른 사람들은 보지도 못하는 사람들 가득한 거리에서도 꽃이 피는구나.
내 삶도 이렇게 싱싱한 들꽃처럼 다시 피어날 수 있을까.
저 홀로 제 길만 가지 않고 곁을 지나는 이들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을까.
수많은 발걸음들이 짓밟고 지나가도 저 들꽃처럼 다시 생생하게 피어오를 수 있을까.
지나는 이들 때문이었을까. 바람이 불었던 것일까. 꽃망울이 한들거렸다. 나를 보며 웃는 듯하였다. 아니 나를 보며 웃었다.
최창남 <동화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