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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희칼럼]손님을 빈손으로 보낸 노 대통령의 참뜻?

북핵 쌀 차관 제공 거절 남북경제협력 어긋나
盧 대통령 자존심 싸움 또는 외세인지 밝혀야

 

우리 정부는 끝내 북측에 식량을 꾸어주지 않았다. 사흘간이나 서울에 머물면서 식량 40만 톤을 꾸어 가려던 북측 대표단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배고파 쌀 좀 꾸어달라는 손님을 매정하게 돌려보낸 이유는 ‘외세’탓인가, 아니면 노 무현 대통령의 ‘고집’탓인가.

우리가 북측에 쌀을 빌려주는 일은 남북 경제협력이다. 이 경제협력은 6.15남북공동선언에 뿌리를 두고 있다. 6.15공동선언 제 1항에는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협의하자고 했고, 제 4항에서는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하자고 약속했다. 이 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르면 쌀 차관 문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과는 별 관계가 없다.

6자회담의 합의사항인 ‘2.13 공동성명’은 제 1항에서 “6자는 ‘동시행동’ 원칙에 근거해 일치한 보조를 취해 단계별로 공동성명을 이행한다”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동시행동’이란 북한과 미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두 나라가 ’행동 대 행동‘으로 신뢰를 구축해 나가자는 의미이다. 그래서 미국은 당시 BDA은행에 동결된 북한 자금 2천500만 달러를 한 달 안에 해제해 주기로 약속했었다.

북한이 지금 영변 원자력 발전소의 폐쇄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미국이 BDA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는데 대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속하는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BDA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자 북한더러 미국을 믿고 먼저 영변 원자력 발전소의 폐쇄 조처를 취할 수 없느냐는 의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을 너무도 모르는 미국 관리들의 군사 강국적인 쇼비니즘의 발상이다. 북한은 지난 반세기 이상 미국의 안보 위협에 시달려 왔다.

더구나 북한은 2.13합의 이후 핵 문제나 핵의 비확산 문제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신뢰할만한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BDA문제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동결 자금의 일회적 회수가 아닌, 국제금융시스템에서 정상적인 금융거래의 보장을 받고 싶어 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미국에게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그런데 미국 정부 안에서는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성과 국제금융을 담당하는 재무성 사이에 상당한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들의 힘겨루기를 구경하고 있는 듯 하다.

노 대통령도 BDA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만큼 미국은 무언지 모를 비수를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가 하는 의문을 낳는다. 미국 측이 부시 대통령 임기 안에 북한 핵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국제 금융질서를 잘 모르는 북한을 속여서 먼저 핵 문제를 해결하게 해놓고 뒤통수를 때리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만 하다. 아니면 자신들이 그 동안 ‘북한 죽이기’ 목적으로 두루 두루 쳐놓은 복잡한 법과 제도가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 안에도 북한 핵 문제를 부시정부와는 다른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미 의회 조사국은 최근 “북한 핵 문제 해결은 경제 제재보다는 오히려 경제적 유인책을 쓰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의회 조사국의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딕 낸토 박사는 “경제 제재가 길어질수록 효과는 떨어진다. 북한은 제재 환경에 점차 적응하게 되었고,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경제 교류를 강화한 결과 미국만 고립되었다”며 미국이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허용한 뒤 북한에 대한 특별지원금제도를 마련해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이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BDA은행이 북한과의 거래에서 불법행위를 했다는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은행을 ‘불량은행’으로 지정했고 이 은행이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길마저 막아두고 있다. 국제금융 패권국가의 무서운 힘이다.

북한에 쌀 차관 제공을 거절한 정부 측은 이런 말을 한다. “쌀 차관 제공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는 국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은 이 말을 믿지 않는다. 야당과 미국을 의식한 발언으로 이해한다. 네티즌은 노 대통령이 ‘2.13합의 우선 이행’없는 쌀 차관제공 불가 방침’을 관계부처에 지시했다는 보도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네티즌은 노 대통령을 부시의 딸랑이라고 힐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외세’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아니면 김 정일 위원장과 자존심 겨루기를 하고 있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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