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는 고전적인 수식어가 가장 적합한 봉사를 천직으로 하는 특수 공무원 집단이다. 지난날 독재정권의 하수인으로서 정통성 없는 권력이 휘두르는 흉기로서 작용했던 경찰이 뼈를 깎는 자성과 내부 정화의 결과 오늘날 좋은 이미지를 회복한 것은 경찰과 국민 모두에게 바람직한 현상이다. 경찰은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치안 유지의 역군으로서, 그리고 봉사자로서 국민과 함께 존재하고 있다.
독재정권의 시녀로서의 욕된 과거를 청산하고 어려운 고비를 넘긴 경찰은 한화그룹이라는 일개 재벌 총수와의 부적절한 유착관계라는 혐의를 받고 경찰차장 이하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퇴진한 가운데 경찰청장이 자리를 보존하면서 그 수사를 검찰에게 넘김으로써 수사권 독립이라는 과제를 내팽개친 결과를 빚은데다 이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인터넷에 경찰청장의 퇴진을 요청한 글을 쓴 일선 경찰을 ‘문제 경찰’로 특별하게 관리한다는 문건이 최근 폭로되면서 조직이 뒤숭숭해지고 있지 않느냐 하는 느낌을 국민에게 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경찰의 기강 확립은 민주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과 관련한 경찰의 수사는 경찰이 재벌의 하수인이 되고만 것이 아닌가 하는 인식을 국민에게 광범위하게 심어주었다. 그 책임의 최정상에는 이택순 경찰청장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상당수의 일선 경찰과 다수 국민 여론이 그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택순 경찰청장은 오로지 청와대의 뒷받침을 받으면서 자신의 퇴진을 요구한 일선 경찰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는 '문제 직원 일제 정비 지시'라는 대외비 문건을 통해 순경부터 경위까지 모든 하위 직원들을 대상으로 문제 직원을 고르고 그 심각성에 따라 가, 나, 다 3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이 문건은 한번 관리 대상이 되면 근무 부서가 바뀌어도 관련 자료를 넘겨 지속적으로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경찰 자신이 폐기한 ‘감찰카드제도’ 또는 지난날 좌익 인사들에게 적용했던 악명 높은 ‘연좌제’를 연상케 한다.
민주 경찰은 이러한 암행감찰 제도에 의한 강요된 편법으로 기강을 확립하기보다는 민주적 의사표시의 자유와 공개된 토론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지위가 높아도 지는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일 때 위에서 아래로 기강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경찰이 문제의 해결방법을 정도(正道)로 찾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