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한 시 무거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집으로 귀가하는 아이를 볼 때면 가방 무게만큼 마음이 내려앉는다.’ 고3 아이들을 바라보는 학부모의 말씀이다.
혹시라도 더 스트레스를 받을까 말 붙이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대부분의 고3 부모들과 고3 자녀들에게 최근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내신 반영 방법을 놓고 벌이는 대학과 교육부 간의 일대 공방 때문이다.
최근 일류 사립대에서는 2008학년도 대입에서 고교 내신을 1등급부터 4등급까지 만점으로 처리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서울대가 발표하였던 내신 1등급과 2등급을 만점 처리하겠다는 발표와 맥을 같이 한다.
이는 그동안 삼중고, 즉 수능과 논술, 그리고 내신의 강화로 고통 받던 많은 고등학생들에게는 한편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게 하는 결정인 동시에, 지난 이년 반 동안 내신관리에 목숨을 걸었던 소수 학생들에게는 허탈한 한숨을 내쉬게 하는 맥 빠지는 결정이기도 한 것이다.
사립대학들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내신을 강화하려던 교육부는 대학들이 교육부의 방침에 일방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라 판단하였고, 연구과제비 등의 명복으로 대학으로 배부되던 국가지원금을 삭감해서라도 원래 교육부의 방침대로 고교 내신을 2008학년도 입시에 반영해 줄 것을 강요하고 나섰다.
하지만 당장 교육부의 이와 같은 방침에 대하여 서울대는 17일 애초에 발표하였던 자교의 입시안대로 내신의 비중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변하였고 따라서 교육부의 지시를 따를 수 없음을 천명하고 나섰다.
나머지 사립대들도 이 같은 서울대와 교육부 간 혈투를 관망하면서 내신에 관한 반영률을 어떤 방향으로 결정할 지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교육부와 대학 간 힘겨루기는 흥미진진하기 그지없다. 수많은 논쟁, 예컨대 내신등급제가 과연 고등학교간 학력차를 무시한 정책인가, 아니면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정책인가 하는 정책적 논의 이외에도 우리 사회의 오래된 토론거리인 평등이냐 자유경쟁이냐 하는 원론적인 문제까지 다양한 이야기꺼리를 제공한다.
현재 서울대와 교육부가 벌이고 있는 공방은 100분 토론의 주제거리를 넘어서서 보수와 진보간 정치적 이슈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하지만 논의의 주축이 되는 대학들과 교육부 그리고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잠시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대상들도 있는데, 그들은 다름 아니라 바로 이 나라에서 현재 가장 어렵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재의 고3과 그들의 부모들이다. 이들은 당장 한 달 후 시행될 수시전형에서부터 현재의 이 공방으로 인한 혼돈을 피부로 체감하게 될 것이다.
이들에게 중대한 것은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고 부의 세습을 막을 수 있는 교육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모색이 아니라 당장 한 달 후 입시에서 적용될 내신, 수능, 논술의 반영방법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점이 궁금한 것이다.
교육부와 서울대, 그리고 유명 사립대학들의 자존심을 내건 한판 승부에 죽어나는 것은 사실상 대의명분에 별 관심이 없는 보통의 학부형들과 그들의 피 같은 자녀들이다. 당장 한 달 후의 입시제도 조차도 아직 혼돈 속에 빠져 정치 쟁점화 되는 세태를 바라보면서 수많은 학부형들은 그나마 빚이라도 내어 자녀들을 해외로 유학시키지 못하고 이 나라의 대학을 믿어보려 했던 어리석음을 후회하고 있다.
국민들의 애정 어린 신뢰를 자존심 싸움으로 헌신짝 내버리듯 하챦은 것으로만 취급하는 교육부에 서운하며, 당장 입시가 낼 모레인데도 아직까지 입시방안 조차 소신 있게 결정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대학들의 무능함에도 분개한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입시, 하루빨리 내신반영율이 타협되어 우리들의 불쌍한 고3들이 더 이상의 혼돈 속에서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