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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희칼럼]‘잃어버린 10년’과 ‘잃어버린 40년’

한나라 10년탓은 몰염치 민중은 독재 짓밟힌 40년
민족통일 안중에도 없어 먼저 인간성 회복부터…

요즘 ‘잃어버린 10년’ 화두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한나라당 원내 대표 김형오 의원이 그 말을 국회에서 꺼냈다. 그는 지난 5일,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대중-노무현 집권기를 ‘조반(造反),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규정했다. 조반이란 말은 중국 문화혁명 당시 즐겨 썼던 조반유리(造反有理:반항에는 이유가 있다는 뜻)를 줄여서 쓴 것이고, ‘잃어버린 10년’은 일본 경제가 거품이 걷히면서 10년간의 극심한 침체기를 지나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고 일본인들이 즐겨 쓰는 표현이다.

김 의원은 한 마디로 ‘정권을 빼앗긴 10년’을 에둘러 그렇게 표현한 것뿐이다. 그러니 이번 대선에서는 반드시 정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동시에 국민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종의 카피이다. 민주주의는 모든 권력을 선거로 생산한다. 어떤 정권이든 임기 중 정치를 잘못하면 권력연장에 실패한다. 한나라당도 연말 선거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이기려면 지난 10년의 집권세력에 대한 평가가 합당해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뿌리를 찾아보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정당의 인맥사가 그것을 입증한다. 한나라당은 이승만의 자유당과 직결된다. 자유당은 1951년, 이승만이 친일파 중심으로 만든 정당이다. 역사학자 서중석은 자유당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자유당의 경우, 중앙위원회 의장 이기붕은 일제 말에 중추원 참의 최남의 국일관에서 지배인을 했으며, 그 부인 박 마리아는 일제 말에 징병제를 찬양하는 등 친일행위를 했다. 자유당 중앙위원회 부의장으로 자유당 정·부통령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이었던 한희석, 국회 부의장이었던 이재학, 임철호, 자유당 정책위원장 장경근 등은 일제 때 군수나 판·검사였다. 행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무위원 11명(외무장관 공석) 중 9명이 친일파고 2명이 의료계에 있었고, 차관인 정부위원 12명 중 10명이 친일파였다. 부정선거를 직접 자행한 치안국 간부와 서울특별시와 각도 경찰국장을 보면 1명이 불명인 것을 제외하고 모두 친일파였다”

군사정변을 통해 집권한 박정희는 1963년, 5.16군사정변의 동지들과 ‘구 자유당을 흡수’해 민주공화당(공화당)을 창당했다(위키사전). 공화당은 18년 동안 대한민국의 집권당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박정희 18년도 친일파들이 크게 활개를 치던 시대였다. 박 정희 스스로 ‘유신’이란 일본 용어를 도입하기도 했다.

전두환은 구 공화당을 흡수해 민주정의당(민정당)을 만들었다. 노태우는 구 민정당을 흡수해 민자당을 만들었다. 김영삼은 구 민자당을 흡수해 신한국당을 만들었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바로 신한국당 후신이다. 이렇듯 태생적으로 외세의존적인 세력의 집결체인 한나라당은 지난 1997년 대선 때 처음 집권에 패배했다. 그러고 보면 이 나라는 반세기 가량 외세의존세력에 의해 지배당해 온 셈이다. 눈치 빠른 그들은 해방 이후, 일본보다는 미국을 더 추종했다. 20년 전의 6·10민주 항쟁도 이 세력을 일거에 추방하지 못했다. 민주평화세력의 집권까지는 10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반세기만에 야당이 된 한나라당은 지난 10년간 배를 채우지 못했을 것이다. 걸태질에 익숙한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들로써는 지난 10년이 지옥생활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전국 사유지의 85%정도를 소유하고 있는 3% 안팎의 ‘가진 자’들이 철석같이 지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민중은 지난 40년 동안 독재 권력으로부터 ‘자유’를 빼앗겼다. 자유를 되찾은 지 고작 10년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민권시대가 열린 것이다. 다만 분배의 부족과 소비위축 문제는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외환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고용 유연성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비정규직은 소비를 꺼린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소비위축 즉 불경기이다. 불경기의 원죄는 외환위기이다. 그러나 경기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

민중은 ‘잃어버린 40년’도 되찾기를 바라고 있다. 그들은 오직 양심과 정의감 때문에 독재권력과 투쟁했다. 빵보다는 자유를 더 중시했다. 민권승리는 고작 10년째이다. 그걸 못 견디겠다고 아우성 치는 독재권력 후계자들의 모습은 보기에 흉하다. 북한은 굶주리게 놔두고 고성장만을 추구하겠다는 세력이라면 민족통일 같은 건 안중에 없을 것이다. 경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간회복이다. 인간성 결핍증에 걸린 세력이 ‘잃어버린 10년’이라니, 도대체 무엇을 잃었단 말인가?

문영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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