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한나라당은 소극적·방어적인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호혜적 상호공존 원칙에 입각한 유연하고 적극적인 통일정책으로 전환한다.(중략) 진취적인 교류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해 한반도경제공동체를 구현한다. 북핵 문제에 단호히 대처해…(이하 생략).’ 위의 글은 한나라당이 지난해 1월 9일 홍준표 의원의 주도로 채택한 정강정책 가운데 대북관련 조항이다.
한나라당은 북핵 관련 9.19공동성명 이후 이렇게 대북 정책을 변경했다. 당의 포장을 보면 더 이상 ‘수구꼴통당’이 아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역시 반공정당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이 당 안에는 아직도 20세기 식의 반공투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한나라당이 지난 4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연석회의를 소집, ‘한반도 평화비전-적극적인 대북 개방·소통정책’이라는 이름의 신 대북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반년 동안의 연구 끝에 나온 것이다. 이 정책은 반공검사 출신인 당 평화통일위원장 정형근 최고위원의 주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아직 당론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나 당 지도부는 9월 중 당론으로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에 발표된 신 대북정책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정 의원 스스로 말했듯이 “정형근이가 이런 일 할 줄 몰랐다”며 북한도 놀랄 일이다. 그 문건의 고갱이를 보면, 대선정국의 현안인 ‘대선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 필요성 인정, ‘남북미중 4자 간 종전선언 수용 검토’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김포-순안 간 정기 항공로 개설’ ‘한강-예성강·한강-임진강 뱃길 개설’ ‘단계적인 남북 전면 자유왕래 추진’, 거기다 ‘북한 방송 청취·북한신문 구독 전면 수용’ ‘남북한 유·무선 통신 개통’을 추진하고 ‘극빈계층 300만 명에 대한 연 16만t의 쌀 무상제공’과 ‘연 3만 명 규모의 산업연수생 도입’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정책은 북한의 핵 포기 이후 적용된다.
이 정책에 대해 당내의 반공세력, 당 외곽 지원단체 그리고 이른바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5일 자 사설에서 “북풍 공포가 겹쳐져 정당의 기본 노선을 뒤집어버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의 현행 정강정책을 무시한 채 사설을 쓴 것 같다. 심지어 이회창 전 총재 그리고 월남인사 황장엽씨까지 이에 가세하고 있다. 이 정책이 당론으로 채택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신 대북정책’을 만든 동기는 북미 관계의 급변과 대선 정국에 있을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강 건너 불 보듯 방관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분단 이후, 반공세력은 북한의 존재를 적절히 활용해 왔다. 이 북한이란 이름의 적이 없어지는 상황은 소가 기댈 언덕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다. 지금은 한나라당도 포용정책을 지지해야 할 처지에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신 대북정책’이다.
한나라당의 변화는 아주 필요한 것이고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성인도 여세추이(聖人與世推移)란 말이 있다. 성인도 세상의 변화를 따른다는 뜻이다. 한나라당은 그 동안 참으로 지독한 반공정당이었다. 6.15남북공동선언도 지지하지 않고 있다. ‘평양 갈 일이 없다, 금강산 관광도 필요 없다. 개성공단도 가기 싫다는 것’이다. ‘북에 가서 쓰는 돈은 모조리 핵무기 만드는데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놀부가 동생 흥부집 근처도 안 쳐다보는 심보로 반세기 이상 남북 관계를 긴장 구도로 관리해 온 정당이다. 시대의 변화가 그들을 바꾸고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변화는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 늦었지만 북한체제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2%가 부족한 정당이다. ‘신 대북정책’을 발표하면서도 ‘국가보안법’은 존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국가보안법은 북한만이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유엔도 이를 폐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 한나라당을 북한이 의심할 것은 뻔하다. ‘극빈계층 300만 명’을 북한이 인정할 턱이 없다. 북한은 생필품 배급체제 사회이다. 경제는 어렵지만 딱히 ‘극빈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한나라당의 지적 자본(Intellectual Capital)이 이미 고갈 상태라서 이런 생뚱맞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집권을 위해서는 ‘신 대북정책’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먼저 당의 반북문화를 바꾸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낫다. 그래야 ‘짝퉁 포용정책’이란 비판을 듣지 않게 될 테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