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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주민소환제 남용 문제있다

지방행정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주민소환제가 시행되자마자 원래 취지와는 달리 엉뚱한 용도로 악용되고 있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등의 비리나 위법행위를 막고 지방자치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주민소환제가 오히려 지역사회에 새로운 갈등과 혼란을 촉발하는 불씨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광역화장장 유치를 반대하고 있는 하남시의 일부 주민들이 ‘주민소환추진위’를 만들어 김황식 시장과 김병대 시의회 의장, 임문택 부의장, 유신목 시의원 등을 소환키로 하고 지난 6일부터 서명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추진위는 이달 말까지 법적 요건인 시장 15%, 시의원 20% 이상의 유권자 서명을 받아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해 오는 9월에 투표로 성사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 시장과 해당 시의원들은 주민소환이 부당하다며 추진위를 상대로 ‘서명요청 활동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제기했다. 하남시의 이번 주민소환 서명활동이나 가처분 신청은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처음이어서 재판부의 결정이 주목된다.

주민소환제는 임기의 보호막을 이용해 위법이나 비리행위를 저지르는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임기 중에 주민의 이름으로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남시의 일부 주민들이 추진 중인 주민소환 활동은 분명한 제도 남용이요 악용에 다름아니다. 소환이유로 내세운 광역 장사시설 유치 추진은 장사법에 규정된 자치단체장으로서의 업무집행의 하나이자 하남시 발전을 꾀하는 적법한 공무집행이다.

님비현상(지역이기주의)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주민소환제를 남용해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시장의 직위를 부당하게 박탈하려는 추진위의 행동은 옳지 않다. 하남시의 주민소환이 성공한다면 화장장이나 쓰레기소각장 같은 혐오시설 유치에 어느 단체장이 적극 나서겠는가.

지금 그렇지 않아도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매사에 주민 눈치나 살피고 주민의 구미에 맞는 일만 골라 하는 바람에 지방행정의 포퓰리즘과 님비현상은 갈수록 더 활개를 치고 소신있는 행정이나 의정활동은 그야말로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방자치제를 크게 훼손하면서 후퇴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주민소환제가 남용되면 소신 있는 행정이나 의정활동이 어려워진다. 주민소환제가 진정 지방행정 책임자들을 각성시키고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긍정적으로 기여하려면 남용과 악용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

당초 이 제도의 발의 법안에는 ‘법령을 위반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경우’로 소환 사유를 제한하도록 했으나 국회의원들이 심의 과정에서 무책임하게 이를 삭제해 버렸다. 따라서 훌륭한 제도를 도입하고서도 그 남용의 소지를 열어둔 셈이 된 것이다.

지금 서울 강북구 등 일부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이런저런 이유로 단체장 소환을 추진하고 있다. 자칫 전국이 지자체 주민소환 바람에 휩싸일 가능성이 많다. 주민들의 의식이 한층 성숙해져야 함은 물론, 소환청구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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