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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조의 히말라야 여행기<21>

가깝거나…낯설고…그리운…시간여행에서 돌아오다 - 여정의 길… <完>

 

 

* 행복한 먹거리에 초치는 팍치 / 카오싼의 문신가게

오전에 단체관광으로 수상시장엘 갔다. 한나절 소일거리가 마땅치 않아 신청했는데, 가면서 괜한 짓을 했단 생각이 떨쳐지질 않았다.

 

오전에 단체관광으로 수상시장엘 갔다. 한나절 소일거리가 마땅치 않아 신청했는데, 가면서 괜한 짓을 했단 생각이 떨쳐지질 않았다.

좁고 더운 승합차에 실려 먼 거리를 오가면서 지쳐 버렸고, 수상시장은 관광객들을 위한 물품 판매하는 곳만 빼곡히 있었다. 시장을 둘러보는 데는 추가적인 비용요구도 있고, 가는 길에도 여기저기 상품 판매하는 곳으로 끌고 다녀서 더운 날씨에 불쾌지수만 잔뜩 높아졌다.

관광 상품이란 것을 잊은 탓에 배낭여행 체면만 구겼다. 시내에서 미처 다 보지 못한 과일들이 아니었다면 아무 재미도 못 느낄 뻔 했다. 태국은 과일이 유명하다. 과일 천국이라고도 한다. 듣도 보도 못하고 생긴 것도 맛도 처음인 과일을 먹어 보면 떠나기 싫을 정도다. 망고스틴, 람부탄, 오렌지, 람야이, 리치, 롱안, 두리안, 망고, 구아바 그 외에도 수많은 과일이 있다. 수상시장에서는 토산품 외에 과일을 잔뜩 가져다 놓고 관광객을 끌고 있었는데 더위에 지쳐 과일 맛에 잠시 빠졌다.

과일 말고 먹거리도 풍부하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쌀국수(꿰떼우)인데 길거리에서 맛 볼 수 있고 종류가 다양하다. 유명한 똠얌꿍은 빨간색 국물에 시큼한 맛이 나는데, 도무지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함께 먹어 본 친구는 한 숟가락 먹을 때마다 입맛이 뚝뚝 떨어지고 삶의 의욕이 없어진다고 했다. 처음에는 다들 어려워 하지만 제 맛을 알게 되면 매콤하고 시큼한 새우 국물(똠-국물, 얌-맵다, 꿍-새우)맛에 푹 빠진다고 한다.

볶음국수와 파인애플이 들어간 볶음밥도 좋다. 볶음국수는 숙주나물과 함께 볶아 내는 데 입에 잘 맞아 수시로 사먹었다. 샤브샤브와 흡사한 수끼, 해산물 요리도 유명하다. 시암스퀘어 근처로 먹으러 갔다가 줄 서 있는 걸 보고는 질려버렸다. 주변을 헤매 다니다 유명한 곳을 겨우 찾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몸에 기운만 다 빠졌다. 근처에서 대충 허기만 면하고 돌아왔다.

음식에서 주의할 것은 팍치라고 불리는 향채를 넣는데, 맛과 향이 강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못 먹는 경우가 많다.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쓰는데, 네팔에서 무침을 먹었을 때 빨래비누를 씹는 것 같았다. 사실은 빨래비누가 더 낫다. 모르고 먹은 음식이 비위를 건드리면 십중팔구 팍치가 범인이다. 정 못 먹겠으면 빼달라고 미리 말해두는 것이 좋다. 중국에서는 샹차이, 우리나라 말로는 고수라고 하는데, 절간에서는 간혹 볼 수 있다고 한다.

 

 

 

돌아와 지쳐버린 몸을 잠시 쉬게 하고 주변에 많은 문신가게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포카라에도 문신가게가 많았는데, 카오싼에는 더 많은 문신가게가 있다. 서양인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은데 옆을 지나다보면 멋있는 게 많아서 조그만 걸 한번 해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들도 곧잘 작은 문신을 새기고 있어 창으로 들여다보았는데 진열된 기구를 보니 꽤 아플 것 같기도 하다.

며칠 지나다니면서 구경해보니 문신도 참 다양하다. 흔히 떠올리는 야쿠자들의 이레즈미 문신에서부터 좀 더 야성적이거나 괴기스럽기도 한 인디언들의 트라이벌 문신, 블랙앤그레이, 그리고 컬러문신과 헤나까지 길거리의 가게나 노점에는 견본이 잔뜩 진열되어 있다. 값은 네팔에서 하는 게 훨씬 싸다고 한다.

* 그리움이 본능이었나 / 그리움이 남긴 이야기

여러 곳을 여행했다. 카트만두 주변의 문화유산을 정신없이 돌았고, 10여 일간 에베레스트를 보기 위해 히말라야 산 중을 걸어 다녔다.

칼라파타르에 오를 때는 그저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할 정도로 지쳤다. 박타푸르에서 나갈코트, 짱구나라얀 사원을 걸어서 여행할 때는 이마에 맺힌 땀을 씻으면서도 누렇게 변한 가을 들녘만큼 마음이 푸근했다. 셋이서 함께 떠나면서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고, 언덕을 따라 걸으면서 나눈 정취는 차곡차곡 쌓였다. 어릴 적 하동의 당숙을 찾아 혼자 엄천강을 따라 걷던 때만큼 시골로 떠난 길은 마음이 편했다.

깊은 정을 함께 나누지 못했어도 함께 했던 스물넷의 포터 비까슈크라이의 맑은 눈을 잊을 수 없다. 카트만두에 돌아와서도 우연히 마주쳤던 세르파 람바부와 더불어 다시 가도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다.

 

 

그 외에도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 ‘짱’이나 타멜거리에서 만났던 몇 몇 한국인들은 여전히 그곳에 있다. 멀리까지 와서 사업을 하고 계신 분들이나 식당을 하는 사람들, 유학을 온 사람들, 불교성지를 순례하던 성연, 혜찬 스님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갈코트 여행을 함께했던 인숙이는 의상 디자인을 전공하는데 어느덧 졸업을 했다. 그녀는 이후에도 몇 달간 중국, 티벳, 라오스를 거치는 여행길에 올랐다.

10여 일간 에베레스트를 보기 위해 히말라야 산 중을 걸어 다녔다…. 칼라파타르에 오를 때는 그저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할 정도로 지쳤다. 박타푸르에서 나갈코트, 짱구나라얀 사원을 걸어서 여행할 때는 이마에 맺힌 땀을 씻으면서도 누렇게 변한 가을 들녘만큼 마음이 푸근했다.

▶▶▶ 에필로그…

울컥 눈물이 나려한다. 누구라도 와락 끌어안고 싶다. 오랜 기간도 아닌데 떠나고 돌아오는 일에는 그리움이 남나보다. 떠나온 곳이 금세 그리워져서인지, 돌아 온 곳이 그토록 사무쳐서인지 나도 모를 일이다.

한 달 넘게 낯선 세상을 떠다녔다. 아직 돌아온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다시 바쁘게 살아야 할 일이 은근히 걱정스럽기도 하다. 숨 가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느리게 산다는 건 어쩌면 소외를 뜻한다. 게으르거나 뒷걸음치는 것으로 낙인찍힐 일이다.

나는 느리게 살면서 행복한 얼굴을 가진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낯설었고 초라했고 가난했다. 그들은 욕심이 없고 평화로웠으며 순박했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나는 느린 사람들이 좋았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만났던 초라한 사람들이 벌써 그립다.

낯선 문화 속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은 나에게 느리게 살라고 말한다. 히말라야의 설산이 또 나에게 말한다, 순박하게 살라고.


*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연재하는 동안 도움을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초고를 읽고 지적해주신 류명화, 정현경, 임혜경, 임수빈, 조서원 님, 부족한 사진을 지원해주신 최인숙, 백두산 이남규, 네팔에 계신 한선미, 류배상-김지나 님께 감사드립니다.

 

그간 원고 교정은 류명화 님께서 맡아주셨고, 필요한 자료는 모두 네팔짱의 한선미 님께서 도와 주셨습니다. 경기신문에도 감사드립니다. /김필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