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지식 공유란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 콩이 좋다고 하고 외국산 콩은 안 좋다고 하는데 중국에서는 우리나라 콩이 안 좋고 중국산 콩을 좋다고 하나요?’라는 어느 네티즌의 질문을 본 적이 있다.
이 질문에서 우리나라 콩이 중국산 콩 보다 좋은 이유를 먼저 말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간단히 생각하면 참 쉬운 질문이지만 이것저것을 분석해 보면 이처럼 어려운 질문도 없을 듯 하다.
왜냐하면 품질만을 판단의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오랜 수송기간과 통관, 그리고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은 자국의 농산물이 외국산 보다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는 지금 농산물의 시장개방과 함께 치열한 가격경쟁을 하고 있어서 우리 콩보다 엄청나게 싼 가격의 외국 콩이 들어온다면 품질만을 가지고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콩의 수급현황을 보면, 연간 소비량이 150만톤 정도인데 이 중에서 사료 및 착유용을 제외한 식용콩의 물량은 40만톤에 달한다. 또한 식용콩은 UR협정에서 정한 TRQ(저율관세할당) 물량 18만6천톤에 추가해서 국내시장의 물량공급 사정에 따라 매년 10만톤 이상을 수입해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수입산과 우리 콩이 경쟁할 수 있으려면 우선 경영 규모를 확대하고 시설장비를 현대화해 생산비를 낮추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토면적이 협소한 상황에서 영농 규모를 확대시키고 생산비를 국제가격 수준으로 낮추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콩 재배농가당 영농규모는 0.16ha이고 kg당 생산비는 2천571원 정도인데 비해서 콩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은 농가당 콩 영농규모가 675배 큰 108ha나 되고 kg당 생산비는 15.7%인 246원에 불과하므로 단순한 물량가격으로만 볼 때 우리 콩의 시장경쟁력은 매우 취약하다.
그러나 콩 식품의 안전성 측면에서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제적인 논란거리인 유전자변형(GM)콩은 전세계 콩 재배면적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80%를 넘어서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GM콩으로 개발된 것이 없고 GM콩을 재배하고 있지도 않다.
또한 우리나라는 콩의 원산지로서 3000년 전부터 단백질과 지방의 중요한 공급원으로 토종 콩을 재배해 왔으며, 이들 중에는 웰빙 취향에 맞는 기능성을 보유한 것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세계시장에 내 놓아도 건강식품으로 손색이 없는 ‘종가집’ 장류식품 역시 한국의 기후와 토양에서 재배된 콩으로 만들어졌기에 우리 국산 콩의 가치가 더욱 빛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국산 콩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최선의 전략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소비자의 현대적인 취향에 맞게 품질을 용도별로 고급화하고 유전적인 ‘건강 기능성’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청국장, 고추장과 같은 발효식품은 콩알이 굵고 껍질이 얇아서 수분흡수와 발효가 잘돼야 하고, 두부 제조용은 두부 생산량이 많고 맛과 색깔이 좋아야 한다. 그리고 콩나물용은 수량이 많도록 콩알이 작고 발아력이 좋아야 하고 풋콩용은 당도가 높고 씹히는 감촉이 좋아야 한다.
이와 같이 전통식품의 원료에 적합한 우리 콩의 장점을 잘 살려서 생산 및 가공 특산단지를 조성하고 유명상품으로 키워나간다면 나름대로의 시장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많은 사람이 믿고 있다. 최근에 검정 콩이나 푸른 콩으로 색깔 있는 두부를 만든 제품이 소비자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처럼.
이를 위해서 농촌진흥청에서는 연구와 지도의 역량을 총 결집시켜 ‘탑 그레인(Top Grain) 프로젝트’와 같은 콩의 생산에서 소비까지를 망라하는 이른바 용도별 우수품종의 개발과 생산·가공 특산단지 조성, 그리고 지역상품화 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다. 더불어서 소비자에게 우리 콩의 우수성을 구체적인 자료로 신뢰받을 수 있도록 농가단위의 생산이력제와 품질인증 제도를 착실히 정착시켜 나갈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소비자로부터 우리 콩이 수입 콩에 비해 인체에 더 안전하고 품질이 월등히 우수하며 가공에 유리하다는 점을 인정받게 되고, 생산자에게는 생산과 가공을 연계시켜 더 많은 농가소득을 가져다 줄 것으로 확신한다. 결과적으로는 우리 땅에서 생산된 국산 콩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이롭게 함으로써 민족의 애환이 서린 우리 콩을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