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이라크 파병과 관련, “지난해 약속한 완전 철군 시한을 내년 말까지 한 번 더 연장해 달라는 안을 국회에 제출하려 한다. 정부가 지난해 한 약속과 다른 제안을 드리게 된 점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이렇게 해서 정부는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의 1년 더 연장 방침을 공개했다.
노 대통령이 철군 연장 방침과 함께 내놓은 카드는 주둔군의 절반 감축이다. 감축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해외 파병은 헌법 위반이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헌법을 헌 종이짝 취급해도 저항할 국민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국민들은 헌법정신을 유린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파병 연장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베이징 6자 회담,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체제 등을 언급하며 “이 모두가 미국의 참여와 협력 없이는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에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대화 정책으로 전환한 것은 미국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기 때문이지 우리의 노력과는 무관한 일이다. 노 대통령은 부시를 너무 믿는 것 같다.
미국은 이라크를 침략했다. 후세인의 인권 탄압을 구실 삼아 전쟁을 벌였고, 후세인을 처형하는 데는 승리했지만 이라크 국민의 마음을 다 얻는 데는 실패했다. 부시 정부도 인정하는 것이다. 회교 국가에 기독교적 가치관을 강요하는 일은 잘못이다.
노 대통령은 철군 연장 이유로 경제적 특수 가능성을 들었다. 그러나 이 또한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파병 이후 우리 기업 활동이 그렇게 활발하지 못하다. 정부는 김선일씨 피살 사건이 발생하자 오히려 기업의 이라크 진출을 억제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현재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고작 3개 회사뿐이다. 석유 개발에 손대기는 더 어렵다. 외국인이 석유 개발권을 장악하는 것을 이라크인들은 아주 싫어한다.
이제 철군 연장 문제는 국회의 몫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원내 제1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대통령 후보는 연장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지지한다고 말했지만 원내 1당이 반대한다면 정부안의 통과는 불가하고, 오히려 노 대통령과 정 후보 간의 갈등만 깊어질 것이다. 노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부시 대통령의 입장만 살려준 것은 실책 중에 상 실책이다.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국민을 하늘처럼 알아주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