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선거철이다. 더구나 이번 대선은 각 정당 내부 경선 과정에서부터 혼탁한 양상을 보여 왔으며, 나아가 각 정당의 본선 후보간 향후의 선거전에 있어서도 그 치열함은 어느 해보다 못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렇게 볼 때,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은 역시 ‘공명선거 분위기 조성’이 아니겠는가 사료된다. 이에 선관위에서는 보다 엄격한 관리를 통해서 선거법 위반 행위가 애초부터 발생되지 않거나 또는 확산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매우 유감스런 일들이, 그것도 대통령 부인과 여권의 대선 후보에게서 버젓이 발생됐는데도, 선관위는 이같은 사안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안 하거나 또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 향후에 있게 될지도 모를 여타 선거법 위반 사안에 대해선 어떻게 대처하려 하는지 심히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지난 6월 14일 정윤재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자신의 내년 총선 출마 예정지인 부산 사상구 주민들을 청와대에 관광을 시켜주는 자리에서 영부인인 권양숙 여사는 직접 주민들에게 “정윤재씨와는 대통령께서 국회의원 출마할 때 원고 작성 해준 인연으로 만나 19년간 변함없는 똑똑한 인재”라며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할 수 있도록 부산 가면 키워 달라”고 정 전 비서관의 지지를 부탁했고, 심지어 지난 6월 26일에는 “여러분을 뵐 수 있는 것은 정윤재 보좌관이 사상구 주민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추진된 것”이라고 인사말을 했다 한다.
한편 정 전 비서관은 주민들을 상대로 “청와대에서 많은 것을 배웠으니 일선에 나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밀어 달라. 사상구 발전을 위해 도서관을 유치하고 지역내 부산구치소 이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지역성 공약을 언급함으로써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한편 달리 또 지적이 돼야 할 사안은 지난 10월 19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알 밴 영광굴비’를 선물했다는 대목이다.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후보단일화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논의를 했다고도 한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남의 집을 방문할 때 예를 갖추는 것은 전통적 미풍양속에 속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그날 두 사람간의 만남은 단순한 친분 관계로서가 아니요, 엄연히 정치적 이해를 염두에 두고 이뤄진 만남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혹여 그 자리에서 고가의 선물이 수수됐다는 사실이 선거법 위반과는 무관한 것인지를 묻고자 하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을 보면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다
제113조(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에서는 “정당의 대표자ㆍ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와 그 배우자는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ㆍ단체ㆍ시설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ㆍ단체ㆍ시설에 기부행위(결혼식에서의 주례행위를 포함한다)를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제112조(기부행위의 정의 등)에서는 “이 법에서 ‘기부행위’라 함은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ㆍ단체ㆍ시설 및 선거구민의 모임이나 행사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ㆍ단체ㆍ시설에 대해 금전ㆍ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의 제공, 이익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돼 있다.
이에 공직선거법 조항에 비춰 “알 밴 영광굴비를 특정인에게 선물했다”는 사실이 선거법을 위반한 것인지 아닌지를 선관위는 명확히 판단해줘야 하지 않겠는가를 요청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정 후보가 선물을 건네는 모습의 사진이 중앙 일간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려 전국적으로 배포가 됐다는 점에서, 또한 선거법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바로 잡기 위해서도 매우 시급한 판단이 요망된다고도 할 것이다. 정권 차원에서 농락당해온 우리의 헌법정신이, 우리의 헌법 기관에서는 과연 얼마나 어떻게 존중되는가를 온 국민과 함께 두 눈 부릅뜨고 주의 깊게 지켜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