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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태안 앞바다 방제활동의 아쉬움

관내 봉사단체 동참 봉사활동 현장지휘 열악 작업능률 저하
유조선 모니터링·장비확보 등 복구노력 또다른 피해 막아야

 

구리시자원봉사센터를 중심으로 여성단체협의회 등 10여개 단체에서 80명의 자원봉사자가 지난 12일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현장 자원 봉사활동에 나섰다.

평소 이맘 때쯤의 평일 날의 경우 만리포로 가는 길이 한적할텐데 오가는 차량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원봉사의 대열이 아닌가 싶어 우리 국민들의 가슴이 뜨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만리포에 도착하니 주차장은 이미 버스와 트럭, 방제차 등으로 만차가 돼 있었고 대로변에 주차된 차량들도 많았다. 차번호를 보니 멀리 제주도에서부터 그야말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온 차들이었다. 이같이 전국에서 먼 길을 마다않고 한 걸음에 내달려온 이들의 정신이 그나마도 우리나라를 지탱해 나가는 밑거름이 아닌가 생각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고현장에 가까울수록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고 백사장과 방파제는 온통 검게 물들어 있었다. 현장지휘소에서 지역을 배정받아 찾아가는 길목주변에는 기름이 뒤범벅된 방제복과 흡착포, 헌 옷가지 등이 나뒹굴고 있어 폐허를 방불케 했다.

우리는 지난 1995년 여수 앞바다에서 씨프린스호 기름 유출사고의 경험이 있다. 그 당시 5개월여 동안 수백만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하는 가운데 기름 제거활동을 전개했으며, 그 비용만 해도 200여억원이 휠씬 넘었던 것으로 안다. 씨프린스호 사고 후 정부나 유류취급 회사에서는 이런 사고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아울러 이번 사고를 낸 스피리트호와 같은 단일선체는 항해를 금지시키고 이중선체만 통행토록 하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약속들이 지켜지지 않았음이 이번 사고를 통해 확인됐다.

해양사고가 한번 발생하면 그 피해가 매우 심각하고 피해를 복구하는 데에 천문학적으로 비용이 투입될 수 밖에 없음을 알고서도 근원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안전 불감증이라고 단정할 수 있겠다. 무엇이든지 편하게 처리하고 쉽게 잊어버리는 의식이 문제다.

현장 지휘체계도 마찬가지이다. 12년 전 그때의 현장모습이 오늘에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었다. 현장지휘소 안내직원의 안내가 코끼리 다리만지기식으로 “제방으로 내려가다가 적당한 곳을 골라서 하세요”라는 식이었다. 지도를 그려놓고 “현재 무슨 무슨 단체에서 몇명 가량이 오셔서 어디어디를 하고 있으니 여기를 가셔서 어떤 일들을 하면 된다”는 식으로는 왜 못하는지 답답한 마음을 넘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 지휘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

우리 일행뿐만이 아니고 다른 일행들도 제방을 따라 가다가 적당한 곳을 골라 작업을 하니 이중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작업의 효율성도 떨어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백사장에 남아있는 기름을 삽으로 퍼서 양동이에 담아 제방에 있는 기름탱크에 옮기는 일을 주로 했는데 삽으로 하다보니 많은 모래가 함께 담아져 무겁기도 할뿐만 아니라 기름 탱크에 실제로 들어가는 기름의 양은 많지 않았다. 이런 작업도구들도 현장실정에 맞게 안내를 하면 자원봉사자들이 작업도 편안하게 하고 작업능률도 좋아질 것이다.

수만명에 이르는 인근의 어민들은 현재 충격을 넘어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다. 모래사장을 팔 때마다 뻗어 나오는 기름과 출렁이는 파도에 따라 밀려 오가는 기름을 보면서 또 새까맣게 변모한 방파제의 석축을 보면서 이들은 절망할 수 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소 잃고 외양 간 조차도 고치지 않는 우를 다시금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어민의 가슴이 타들어 가고 바다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아울러 유출된 오일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름덩어리나 오일볼과 방제효과를 제고키 위해 살포하는 유화제에 의한 2차 오염을 적극 방지하면서 생태계의 피해를 정확히 조사해서 복원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석유를 외국에서 배를 이용해 전량 수입하는 관계로 한해 600여척이상의 유조선이 서·남해를 오가는 우리 실정을 감안할 때 우리에게는 선진국에서처럼 위성을 통한 유조선의 항해 모니터링 실시가 시급하다. 단시간내에 기름제거가 가능한 장비의 확보, 이중선체 유조선만 운행을 허가하는 법적제도의 강화가 시급하다. 또한 민방위 훈련이나 화재진압 훈련처럼 정기적인 해상방제훈련도 필요하겠다. 이젠 우리는 소를 잃었으니 외양간이라도 완벽하게 고쳐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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