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통해 폐지 후 연구기관 전환이 결정된 농촌진흥청이 지난 47년 역사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해방 후인 1947년 설치된 농사개량원이 현재 농진청의 모태다. 농사개량원은 2년 뒤 다시 농업기술원으로 개편됐으며 기관 명칭은 1957년 농사원으로 바뀌었고 1962년 2국 11개 기관인 현 농촌진흥청의 이름을 지니게 된 것 이다.
지난달 28일 오전에는 국회 정론관에서 김춘진의원 및 민주당 최인기 원내대표, 민노당 강기갑의원 등 참여 국회의원들이 농어민단체와 함께 농촌진흥청 폐지 불가에 대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입장을 표명했다.
농진청 폐지 반대 윤요근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은 "농민과 농민단체들이 농진청 폐지에 반대하는 것은 농진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농진청 폐지에서 출발한 차기 정부의 농업 정책이 결국 소규모 농가의 말살과 우리 국민의 먹거리 걱정 문제로 확산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서 농어민단체는 한미FTA 등 개방화에 대비해 기술 농업을 강화하고 우수품종개발 안전생산기술에 주력해야 하는 상화에서 농진청을 정부 출연기관으로 전환 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농업의 선진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가조직 개편에 있어서 과학기술부의 통폐합, 농촌진흥청의 폐지에 이은 출연연구소로의 전환이 필수라는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FTA체결, DDA농업협상 등 산적한 우리농업의 현실과 농촌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이 글을 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정부조직 내의 청은 특수성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정책중심의 행정조직도 있을 뿐만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청, 농촌진흥청 등 연구중심의 조직도 있다.
연구중심의 청은 공공성이 강하여 국가가 확고한 방향과 의지를 갖고 나가야 할 분야로서 국가가 필요한 정책에 대한 연구와 대학에서는 할 수 없는 기초 응용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중심의 청을 폐지하여 출연연구소로 통합하는 것은 선진국의 선례를 보아도 문제가 있다.
미국의 농무부 농업연구청(USDA, ARS)이 대표적인 한 예라 할 수 있다. 농무부는 농업정책을 농업연구청은 농업현장 일선의 실무사업부서로 농업연구개발 업무를 총괄하는 즉 정책과 연구, 실무 업무로 이원화하여 관장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Farm Bill(농장법안)에서도 지도기능을 농업연구개발과 일원화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농업생산성 향상이라는 대기업농적 시각과 국가의 골격인 가족농 유지라는 두가지 관점에서 추진하기 때문에 국가연구기관으로 존속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의 가치관은 자본화된 고도의 사업체로서의 산업적 농업과 전자에 비해 생산성이 낮으나 농업농촌을 유지하는 기능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산업화 성과를 강조하여 10여년에 걸처 농업분야 연구조직 운영에 민영화 개념을 도입하고 있으나 실패한 사례로 지적되고 있으며, 주요 선진국인 독일,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농업기술개발은 이와 같은 개념에서 국가 주도로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다.
농업경쟁력이 세계최고인 미국에서도 가족농 등 소농을 소외시키지 않기 위하여 국가기관 주도로 연구 및 지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쟁력 등을 운운하면서 농촌진흥청을 민영화하려는 인수위원회의 행동은 이러한 선진국의 사례를 부시하고, 우리농업농촌을 가볍게 본 소치라고는 말할 수 밖에 없다.
농촌진흥청의 국가기관으로서의 존재이유는 식량생산, 안전농산물을 위한 연구개발 및 보급기능 이외에 농업·농촌이 갖고 있는 레크레이션 제공, 수자원함양, 경관보존기능, 미래세대를 위한 녹지자원, 동식물의 보존기능 등 농촌유지라는 다원적 기능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기초연구분야 뿐만 아니라 100년이상의 전통을 이어온 농촌진흥청이 갖고 있는 고유의 정체성은 농업민에게는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상징적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