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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역사기념일 의미 잊지말자

호국 선조의 희생 기리는 날 단순한 공휴일로 여겨선 안돼

 

얼마전 극장가에서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가 흥행했다. 경기를 위해 자신들이 흘렸던 땀방울이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이란 결실로 맺어짐에 아쉬워했던 선수들의 뜨거운 눈물을 기억한다.

그 때 그 회환의 눈물은 2008년 1월 29일 한.일 핸드볼 예선 재 경기를 이김으로써 올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기쁨의 눈물로 승화될 준비를 마쳤다. 2008년 모월 모일 핸드볼 결승전날이 선수들에게 생애 최고의 순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문득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는지를 생각해보았다. 대학에 합격한 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날? 아니면 결혼식 날, 기쁜 날들은 많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많기에, 내가 살아온 인생을 찬찬히 되돌아 볼 수 있는 노년이 됐을 때 최고의 순간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날을 정하기로 하겠다.

그럼 2008년엔 최고의 순간이 될 수 있는 후보가 과연 얼마나 있게 될까?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달력을 넘겨보았다. 아직 특별한 일이나 계획은 없어서 달력에 메모해 놓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직장인인 나에게 있어 2008년 최고의 순간은 꿀맛 같은 휴식을 맛 볼 수 있는 공휴일이 될까? 그렇다면 공휴일이 며칠이나 되는지 세어보자. 신정, 설날, 삼일절, 현충일, 광복절.. 그런데 추석은 왜 이렇게 짧은 것인가!

내가 여느 이들처럼 짧은 연휴 때문에 푸념을 늘어놓고 있는 그 순간에, 마땅히 최고의 순간이 되어야 할 날들은 빛을 바래가고 있었다. 공휴일엔 어디로 놀러가야지, 누구를 만나야지 등등 너도 나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빡빡한 계획을 짜고 있을 때 우리나라 국민에게 최고의 순간이 되어야 하는 날들은 본연의 숭고한 의미가 퇴색해져 가고 있었다.

일제의 식민통치에 항거하는 태극기의 물결과 만세 함성이 가득했던 3.1절,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을 기념하는 4.13, 이승만 정권의 부정.부패에 항거에 자유와 정의를 쟁취하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했던 4.19, 그 어떤 무력 진압도 민중들의 민주화에 대한 갈망을 억누르지 못했던 5.18이 있다. 또한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애국선열과 국군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뜻 깊은 날 6.6, 민족상잔의 비극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현재진행형으로 처절히 맛보게 하고 있는 6.25, 대한민국 최초 헌법을 제정을 기념하는 7.17, 나라 잃은 설움을 말끔히 씻을 수 있었던 8.15, 우리민족의 시조인 단군이 개국한 것을 기념하는 10.3,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11.17 등이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로든 최고의 순간이 될 날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위에 나열했던 순간을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그 순간은 자신들의 생애에 있어 최선의 순간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몸과 마음의 고통 때문에 생애 최악의 순간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당시 옛사람들의 환희 또는 고한(苦恨)같은 알맹이는 사라지고 ‘빨간 날’, ‘공휴일’이란 껍데기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으니,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한 몸 기꺼이 나라에 희생한 옛사람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나라의 경사스런 날이기 때문에 기억되는 것이 아닌, 공휴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3.1절 등 국경일은 그래도 4.13 등의 기념일보다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은 4.19혁명 기념일 등은, 유래도 확실치 않은 ‘빼빼로 데이’ 같은 상업성 짙은 기념일보다도 기억이 덜 되고 있으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지금 달력을 꺼내 국경일과 기념일에 크게 동그라미를 그려보자.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이 날들을 바라보자. 기쁘거나 혹은 뼈에 사무치게 슬펐던 그 날을 살다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는 날로, 앞으로 우리들이 대한민국 역사의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디딤돌로 삼자.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후세대가 우리가 만든 최고의 순간을 발판으로 더욱 최고인 순간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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