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9일은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선거일을 10여일 앞두고 있지만 각 정당별로 공천이 늦게 확정된 탓에 후보자들이 정책을 개발하고 유권자들에게 제시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정책선거가 실종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매니페스토(Manifesto)란 우리말로는 ‘참공약 선택하기’이다. 선거에 임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의 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유권자들은 정당이나 후보자들의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하자는 것이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1997년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에 의해 선거에 있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토니 블레어는 매니페스토 10대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새로운 영국을 위해 교육 정책을 최우선으로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천목표와 기한을 명시했다. 결국 이러한 노력이 선거에서 노동당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는 1994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 발의한 ‘위대한 아메리카와의 계약’이라는 타이틀로 10대 정책공약을 제시함으로써 공화당이 놀라운 반향을 일으키게 됐다.
이러한 매니페스토 운동이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시도된 것은 지난 2006년 5월31일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치르면서부터다. 외국과는달리 학계와 시민단체 그리고 선관위가 주축이 돼 ‘매니페스토추진 운동본부’를 설치했고 지방선거에서 정책 위주 선거문화 확립 활동을 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
매니페스토의 주체는 정당이나 후보자 (공약개발자), 시민단체 및 유권자 (공약선택자), 그리고 중립적 정부기관으로서의 선거관리위원회이다.
먼저, 정당이나 후보자는 자신의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소요예산과 그 예산의 조달방안, 그리고 정책의 세부 추진일정과 요소 등을 밝혀 국민이 제대로 된 공약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공약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당선된 후에도 자신이 제시한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유권자(시민단체)는 모든 정당·후보자의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비교해 구체적이고 실현가능성이 높은 공약을 많이 제시한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투표한다. 또한 선거후 당선자가 제시한 공약이 이행되고 있는지도 관심을 갖는다.
각 정당이나 후보자가 책임있는 정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유권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유권자가 공약을 평가할 때 구체적인 기준으로서 SMART 지표가 있다. SMART 지표는 S(Specific, 구체적이고), M (Measurable, 측정가능하며), A(Achievable, 달성할 수 있으며), R(Relevant, 타당한 정책여야 하며), T(Timed, 시간계획이 포함돼야 함) 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기준을 가지고 정책을 비교·평가함으로써 구체적이고 실현가능성이 있는 ‘참공약’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가 매니페스토에 의한 정책선거가 실현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먼저,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구체적인 공약을 개발하는데 참고하도록 선거공약집을 발간하고 있으며, 후보자등록시 10대 공약을 제시하도록 하고 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함으로써 유권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유권자, 시민단체,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매니페스토 설명회 및 심포지움, 또는 매니페스토 협약식을 개최함으로써 매니페스토 운동이 각 지역에 뿌리내릴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정당·후보자, 시민단체·유권자,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체가 돼 각자의 위치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을 내실있게 추진하면 선거의 질이 한단계 높아질 것이다.
아무쪼록 지난 지방선거에서 꽃피운 매니페스토 운동이 이번 국회의원선거에서도 활발히 전개돼 성숙한 선거문화가 정착되길 희망한다.
옥미선<성남시중원구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