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1 (월)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기고] 2% 부족한 성폭력의 시각

‘폭력’ 간과 ‘性’ 이분법적 논리
李 대통령 근본원인 오해 아쉬워

 

성추행 실형 선고로 풀려난 지 5개월 밖에 안 된 전과 9범의 동네 아저씨가 초등생을 성폭력 살해한 용산초등생 사건, 출소 16일 후부터 초등학생 등 10여명을 성폭행한 인천 성폭력사건, 안양 혜진이 예슬이 사건, 최근의 고양어린이 사건 등 최근 어린아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범죄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

봄날보다 더 화사하게 웃으며 자라나야 할 우리의 아이들이 무방비상태에서 참담하게 성폭력 등 각종 범죄의 희생자가 되고 있음에 우리는 가슴이 아프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은 여아를 대상으로 한 끔찍한 사건이 많이 발생함에 우려를 표하며 대책을 세우라고 했다. 그리고 ‘여성의 지위향상도 중요하지만…여성과 청소년의 취약한 부분까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며칠 전에는 지역의 경찰서를 직접 찾아 발빠른 범인 검거의 쾌거를 올리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의 심각함을 대통령이 강조했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관련 부처들이 바로 행동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시각에 있어서 몇 가지 오해가 있구나 싶어 이를 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 아동약취와 결과적으로 입게 되는 성폭력의 문제를 단지 ‘여자 아이들’에 대한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최근 남자아이들의 성폭력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성폭력 범죄는 단순한 ‘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약자에 대한 강자들의 ‘폭력’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성범죄를 ‘여성’들만의 문제로 바라보고 여성과 남성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사회적 약자라는 개념을 생각해야 한다.

여아들을 특별히 보호의 대상으로 더 생각해주는 것은 언뜻 여성의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여성만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대상화하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는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둘째,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보호를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가해 행위 예방 대책을 세우라고 하는 것이 옳다.

지난 2월 22일 여성부가 주최하고, 아동청소년성범죄근절시민사회네트워크가 주관한 ‘아동성폭력추방의날’ 행사에서도 본인은 이 점을 강조했다. “자녀들의 성폭력예방을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 질의에 대하여 본인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예방을 위해서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실제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셋째, 여성의 지위향상도 중요하지만 청소년의 취약한 부분에 관심을 가지라고 했다. 이 말을 통해 대통령은 여성의 지위향상보다는 청소년의 성폭력범죄과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성의 지위향상’과 동시에 ‘청소년의 취약한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던 본인으로서는 매우 섭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폭력예방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여성(아동)의 지위향상’이라 할 수 있다.

여성권익이 향상된 국가일수록 성폭력 발생이 적다. 그렇지 않은 국가는 성폭력발생이 많다는 사실이 이를 증거한다. 여성인권의 향상에는 관심을 덜고 아동 청소년의 성폭력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은 성폭력의 근본 원인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나는 대통령이 ‘여아’들의 ‘성폭력피해’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언급한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이유로 2%정도의 아쉬움을 느끼면서 이제라도 정부가 아동의 안전과 성폭력범죄예방을 위해 성폭력범죄와의 전면적인 전쟁에 나서주기를 기대해 본다.

여성,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차원에서, 사회적약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양해경<용인성폭력상담소 소장,전국성폭력상담소보호시설협의회 대표>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