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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천년의 혼을 담은 도자기 축제

민족 애환담은 그릇전시의 장
日에 빼앗긴 자부심 되새겨야

 

흙의 고장 경기 이천의 5월은 ‘흙과 도자기세상’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흙으로 빚는 도자기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는 이가 없다. 도자기와 온천으로 유명한 이천시는 오는 10일부터 6월1일까지 23일간 이천설봉공원 행사장 및 도예촌(신둔) 일원서 ‘이천도자기축제’가 열린다.

올해 스물 두해를 맞는 이천도자기축제는 ‘레고로 만드는 도자경진대회’, ‘차마시고 찻잔 가져가기’, ‘세라믹떡집’ 등 참여행사를 비롯해 ‘체험나라 도자전시’, ‘색다른 초대’, ‘도자판매전’, ‘도자나라와 온천체험’ 등 더욱 풍성해진 행사로 관람객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22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천도자기축제는 지역축제의 효시로 지난 2001년 이천을 주행사장으로 열린 세계도자기엑스포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우리나라 지역축제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

이 흙의 고장 이천에서 또다시 축제가 열린다. 천년의 시공(時空)을 뛰어넘어 찬란한 빛을 발하는 도자기(陶磁器)는 현대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꾸미지 못하는 미묘한 면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직 흙에 대한 정열과 애정이 있어야만 빚을 수 있다는 도자기는 우리 민족의 흥망성쇠와 함께 역사를 한몸에 지니고 내려온 우리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숙명적 관계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찍이 우리 선조들은 그릇을 빚는 일을 가장 정결한 정신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하여 태어난 것이 바로 이천 지역의 백자(白磁)라 할 수 있다.

청자가 고고한 빛을 발하면서 찬란하게 자리를 지킨다고 한다면 백자는 은은한 멋을 풍기며 한마리 학처럼 깨끗해 그릇에 무엇을 담그면 그것이 곧 투명스럽게 보일 정도로 우리 민족의 애환과 정신 그리고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이라 할 때 이 백자야 말로 우리의 진정한 사발이요 그릇이라 할 수 있다. 이 백자의 고장에서 또 다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축제가 온 국민을 기다리고 있다. 매년 수많은 인파가 다녀가면서 이제 그 명성이 국제적으로 알려져 있는 도자기 축제는 이천, 여주, 광주 만의 축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대표 축제라 해도 빈말은 아닐 것이다.

이천은 일찍부터 도자기를 만드는 원료인 고령토가 산재해 있어 도공들이 몰려 들었던 고장이다. 이는 수려한 산세와 함께 특히 백자에 필요한 고령토와 물 그리고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은은한 멋을 내는 백자를 빚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지리적 이점이 바로 이천 백자를 만들어 냈고 또한 이곳의 도공들이 임진왜란 당시 수난을 당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임진왜란 때까지 도자기를 빚지 못했던 일본은 도공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생활에 맞는 도자기를 만들게 해 오늘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세계에 일본 도자기가 우리보다 상위를 차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그러나 저들은 아직 우리에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일본의 국보가 바로 이곳 지역에서 만들어진 이른바 도자기라는 것을 보면 자부심을 가져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막사발을 국보로 지정해 보존하는 일본은 지금도 이곳 이천 등지를 매년 방문해 우리 도자기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런 사연을 가지고 있는 유서깊은 곳에서 세계적인 도자기 축제가 열린다는 것은 무한한 감회를 갖게 한다.

그러나 이 축제가 그냥 보고 즐기는 것에서 끝나면 안될 것이라는 마음이 든다. 우리의 아픈 역사와 함께한 도자기에 묻어있는 애환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이런 은은하고 고고한 자태의 그릇을 빚기 위해 흙과 불을 상대로 무수한날 싸움을 벌인 도공들의 장인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면 그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보고 즐기기 위한 축제가 아닌 스스로 배우고 체험하면서 흙속에 배여있는 진정한 뜻을 조금이나마 읽고 간다면 이 축제의 의미는 더욱 소중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아름다운 도자나라로 떠나는 ‘23일간의 도자기 여행에 온국민이 함께 할 것을 권하고 싶다.

이교관<이천시청 문화관광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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