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주와 항주는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리울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고 유명한 물의 도시이며 세계 초 일류기업인 삼성이 제일 먼저 진입한 도시라는데 평소 관심이 있어 한번 가 봤으면 하던 곳이었다. 그런차에 마침 평소 호형호재하며 가깝게 지내던 삼성 이병철 전무로부터 ‘시간이 있으시면 제가 있는 소주를 한번 다녀가셨으면 합니다‘ 라며 연락이 왔다.
“소주는 수원과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 도시입니다. 첫째는 소주 전체 인구가 600만이 넘지만 도시 중심부에 살고 있는 인구가 수원과 비슷한 105만이고, 둘째는 수원 삼성 공업단지와 비슷한 규모의 삼성단지가 있고, 셋째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 화성과 같은 세계문화유산 3개소가 있는 곳입니다. 그러니까 꼭 한번 다녀가시면 의정활동 하시는데 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이 말에 부랴부랴 그 곳에 공장을 갖고 있는 삼성 협력업체 대표인 후배와 5명이 부부동반으로 지난 12일(중국 대지진이 발생하던 날)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남경과 소주를 다녀왔다. 이날 2시 40분 남경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중화민국의 사상적, 정치적 기반이 된 삼민주의 주창자인 쑨원(孫文) 선생이 청 왕조를 무너뜨리고 임시정부를 세웠던 임시정부 청사를 시작으로 몇 군데 역사 유적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남경은 중국의 역사 도시이며 강소성(江蘇省)의 성도(省都)이다. 인구는 총 580만이며 중심인구는 약 278만명이다. 역사적으로는 오, 동진, 송, 제, 양, 진, 강, 명, 태평천국, 중화민국 임시정부 등 수많은 고대국가의 도읍지이기도 하다.
주요 명소로는 중국 혁명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쑨원의 호인 중산(中山)이라는 이름을 붙여 쑨원 선생이 잠들어 있는 중산능이 있고, 1950년에 개관한 남경박물관과 1968년 개통된 총 길이 4천589m의 중국에서 최초로 건설한 길이가 제일 긴 양자강 대교를 볼 수 있다. 이튿날 두 시간에 걸쳐 소주로 오면서 이 넓은 황토 벌판이 우리에게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또 하나는 중국 대지진의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오는 8월이면 중국의 5천년 역사를 자랑하며 올림픽을 치뤄야 하는데 이 큰 재앙이 웬일인가 하는 걱정스런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소주에 와 보니 말 그대로 상유천당(上有天堂), 하유소항(下有蘇杭)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아름다운 소주와 항주가 있다’는 뜻이다. 양자강 삼각주 평원 위에 자리잡고 있는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물과 정원이 있는 중국 남방에서는 제일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자가 이곳 소주에 관심을 갖고 찾은 곳은 바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명나라때 세워진 졸정원(拙政園)과 유원(留園)이 있지만 내 마음은 한산사(寒山寺)였다. 그 유명한 등소평의 실용주의와 맥을 같이 한 사찰이기 때문이다.
이 한산사는 1500여년전에 만들어진 중국에서는 가장 유명한 사찰이다. 청 말에 일부 파괴됐던 것을 1911년 신해혁명 이후 다시 복원했다고 한다. 그 후 한산사는 1960년대 광풍처럼 몰아 닥쳤던 모택동의 문화 대혁명으로 인해 공산주의를 발전시키는데 저해가 됐다는 이유로 불교 잔재로 결정돼 엄청난 피해를 입은 사찰이었다.
그때 유명한 사찰과 문화유산들이 많은 수난을 겪었지만 실용주의를 주장한 등소평이 집권하면서 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중국의 문화유산이 복원되기 시작했다. 한산사도 원형 그대로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복원되면서 1997년 12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이기에 큰 의미가 담겨진 곳이기도 하다.
또 소주의 졸정원은 중국내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규모가 큰 정원으로 북경의 이화원,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등장하는 피서산장(避署山庄)과 더불어 중국 3대 정원의 하나이다. 물론 우리 전통의 조경방식과는 차이가 많지만 꽃과 나무, 그리고 물의 조화는 감히 그들이 말하는 인간의 천국과도 같았다.
이 엄청난 정원을 만들기 위해 600여년 전 많은 중국인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지금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그것을 오히려 관광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변화의 모습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일이다. 이번 소주를 여행하면서 문화유적도 유적이지만 우리나라 여의도의 8배나 되는 중국 최초로 중국과 싱가폴이 국제합작으로 세워지는 소주 공업원구(工業園區) 현황을 보고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떴다.
우리나라 삼성반도체, 삼성전기, 코오롱, 유화 등 세계 2천642개 첨단 산업체가 이곳으로 몰려든다는 얘기다. 우리는 지금 우물안 개구리처럼 세계의 흐름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크게 마음을 열고 변화하는 저 중국 대륙을 보며 대 융합과 통합의 길로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을 때이다.
홍기헌<수원시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