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서민생활과 밀접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2005년 말 현재 262만개(한국은행 집계)에 달한다. 전국에 산재한 중소기업체 수가 295만개에 이른다고 하니 약 89%가 ‘생계형 창업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풀뿌리경제의 주체로 대기업중심의 산업화·정보화 시대를 겪으면서 각종 정부지원과 정책 추진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면이 없지 않다. 또한 최근 대형할인점 같은 기업형 유통업체 등장, 고유가, 경기위축 등으로 고통 받는 이들도 점증하는 추세다.
이 같은 사실은 국민고충을 해결해 주는 국민권익위원회(ACRC)의 한 통계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정부기관마다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고 기업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권익위도 자체 홈페이지(www.acrc.go.kr)에 ‘자영업자고충민원센터’를 운영하면서, 이들의 고충민원을 처리해 주고 있다.
국민권익위에는 올해 3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 총 1천13건이 접수됐다. 하루 10건 정도 들어온 셈이다. 하루살이 생계를 꾸리는 민생 고충민원들이 주류(主流)를 이룬다. 특히 각종 규제와 단속 애로(21.6%)가 가장 많고, 경영애로, 대출, 인허가 등의 순이다. 이들의 요구사항도 매우 다양하다. 근린생활시설 규제를 철폐해 달라는 요구는 물론 신용카드로 모든 세금을 내게 해 달라는 주장이 있고, 임대업자의 이중계약서를 막아달라는 호소도 있다.
좀 더 부연해 보자. 통닭집을 운영하다가 미용실로 변경하려면 건축도면을 시·군·구청에 내야 한다. 건축도면 하나 만드는데 약 50만원이 든다. 자영업자들은 이런 불합리한 규정 때문에 서민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주장이다. 국민권익위는 이에 따라 불필요하게 세분화된 현행 근린생활시설 규정을 국토해양부 협력 하에 제도 개선하여 유사업종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신용카드로 세금을 납부케 해달라는 자영업자들의 요구도 많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모든 국세·지방세·공과금에 대해 금액제한 없이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현재 지방세의 경우 일부 세목에 한해 금액과 무관하게 신용카드로 납부 가능하지만, 오는 10월부터 일부 국세의 경우 200만원까지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게 된다.
건물임대업자의 이중계약서 작성에 대해서는 임차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이중계약서 작성 시 임대인에 대한 제재를 강화토록 개선키로 했다. 국민권익위는 이외에도 유관 정부기관과 정책간담회, 의견제시 등을 계속하고 있고 빈발유사민원, 불합리한 법령, 걸림돌이 되는 제도 등을 발굴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민원인들이 불만이나 억울함을 호소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처리되고, 얼마나 만족하느냐일 것이다. 국민권익위는 올들어 행정심판 절차를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였다. 고충민원이나 비리신고는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처리토록 돼 있지만 최근 평균처리 기일이 27일로 앞당겨졌다. 여러 행정기관과 협의해야 하고, 전문지식과 경험을 살려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민원이 많지만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최대한 처리시한을 앞당긴 것이다.
국민권익위 주요업무 즉 고충처리, 비리신고, 행정심판 등 세 가지 중 어느 한 민원이 접수돼서 민원인 의지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각도에서도 처리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예로 올 봄 국립공원 내 수퍼마켓의 파라솔 설치 문제로 행정심판을 요구한 사건이 기각됐다.
하지만 권익위는 이 사건을 고충처리 민원으로 안내해 처리 중이다. 심판을 받을 만한 사안으로는 요건이 부족해 고충처리 차원에서 접근해 불편을 최소화시켜 보자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 고충민원 처리 과정에서 공직자의 비리와 연루돼 있다고 판단되면 부패행위로도 조사가능하다.
부패방지를 총괄해 온 옛 국가청렴위원회 업무가 올 봄 권익위로 그대로 통합됐기 때문이다. 국가에 대해 억울하거나 위법·부당한 사안이 있다면 여기저기 부처를 돌아다니지 않고 한 군데서 정부민원 처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국민고충처리위, 청렴위,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등 3개 기관이 올 3월 통합 이후 10여건의 민원이 이 같은 방식으로 처리 중에 있다.
어쨌든 경제를 살려야 한다. 국민권익위에는 위축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작은 소리도 크게 듣는 각종 민원창구가 24시간 연중무휴 열려 있다. 대정부 민원전화는 국번없이 110번이다. 또 부패신고는 1398(일상고발)이다. 인터넷에서는 ‘국민신문고’를 치면 누구나 무엇이든지 안내받을 수 있다. 이같은 대국민 민원서비스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어 우리경제 회복에 일조하길 기대한다.
김덕만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