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학벌을 가져야만 더 빨리 출세하고,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흔치 않다. 이미 오랜 세월 우리 뇌리에 교육은 상류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로 각인되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교,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16년에서 18년의 시간 동안 잠을 설쳐가며 젊음을 소진한 대가로 좋은 학벌을 얻은 이들에게는 관대한 사회이다.
첫인상이나 능력과는 상관없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00대학출신, 유학파”라는 소개만으로도 후광효과를 누리고, 어렵사리 취업을 하더라도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며,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학력중심의 평가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청년 일꾼들이 선망하는 대기업의 서류전형은 출신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일쑤이니 우리나라에서의 학벌은 인간의 품질을 증명하는 증명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노력한 자에게 대가가 주어진다면 그것은 분명 정의로운 사회이다. 그러나 지난해 이맘때쯤 유명인 등의 학력위조로 사회가 발칵 뒤집힌 사태를 비롯해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학벌주의의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
사회 한 편에서는 열심히 노력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보다는 전문가들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학위를 조작하고 증명서를 만들어내고 있고,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좋은 대학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게다가 좋은 학력을 얻기 위해서는 초등학생때부터 하루종일 과외와 학원을 전전하며 개인적인 행복을 포기해야 하는게 현실이다.
이미 사회 각 부분의 요직에는 좋은 학벌을 지닌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기업들도 일류대 위주의 취업 구조를 고수하고 있다.
사실 어렵게 취업을 하더라도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며,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학력중심의 평가가 이루어 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먼저 자식들에게 남들보다 유리한 학벌을 얻도록 하기 위한 부모의 교육열로 지나치게 많은 사교육비가 투입돼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동시에 공교육은 붕괴되고 있다.
따라서 충분한 사교육을 받지 못한 저소득층의 자녀들은 결국 저학력자가 되어 사회에서 인정받게 될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그러한 현상은 다음 세대로 이어져 사회양극화를 조장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부모의 학력과 자녀의 수능점수가 정비례한다는 어느 연구결과는 부(副) 뿐만 아니라 지식과 계급도 세습되어 가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이미 무색해진지 오래다. 학벌주의를 없애겠다고 교육제도가 끊임없이 바뀌고 있지만 아무리 완벽한 교육제도를 갖춘다 해도 학력주의는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력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임권택 감독이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을 때 기자들이 학력을 물었다. 초등학교 출신인 그는 평생을 영화판에서 장인으로 살아오며 “독학으로 실습하고 영화를 만들어온 영화감독 장인이 나의 대학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현재 그는 부산 동의대학 영화 관련학과 평생 석좌교수가 되어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빌게이츠 역시 하버드대학 중퇴생이지만 세계 최고의 부자 및 자선사업가가 되었다. 빌게이츠가 대학을 그만두겠다고 어머니에게 말했을 때 어머니는 “너의 확신대로 해라. 나는 너를 믿는다.”라고 말했다. 학력보다는 믿음과 실력을 인정하는 어머니가 오늘날 빌게이츠를 만들었다할 것이다.
이처럼 부모들의 교육열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어릴 적부터 학벌이 최고의 가치임을 강조하며 어린 학생들을 사교육현장으로 내몰아서는 안된다. 잘못된 가치관 형성으로 인하여 그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사회적 병폐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신의 적성과 취미를 통해 향학열을 불태울 수 있도록 부모의 삐뚤어진 교육열은 잠시 식혀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학력이 아닌 실력과 성실함에 대한 대가가 공정하게 주어지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