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은 유네스코 제정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World Book and Copyright Day)'이다.
이 날은 전통적으로 스페인 북동부의 자치주 카탈루냐(Catalunya) 지방에서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했던 상트 호르디의 날이며, 또한 대문호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서거일이기도 하다.
1995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제정 이후 현재 전세계 30여개국이 이날을 기념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부터 '책과 장미의 축제'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유래
축제라고 하면 으레 '난장판'의 놀이문화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축제도 많다.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에서 열리는 '책과 장미의 축제'가 그것.
카탈루냐 지방은 전세계에서 스페인어 출판물이 가장 많이 인쇄되는 출판의 중심지이다. 이 지역에는 1926년 이래 '상트 호르디'의 축일(祝日)인 4월 23일을 맞아 남녀가 서로 장미와 책을 주고받는 전통이 내려오고 있다. 이 풍습이 점차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4월 23일은 1995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책의 날'로 다시 태어났다.
상트 호르디는 고대 로마시대에 그리스도교를 믿은 한 병사의 이름인데, 자신의 신앙을 지키다 서기 303년께 고문에 의해 숨진 순교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가 더욱 유명해진 것은 악의 상징인 용과 싸워 이긴 기사라는 전설이 후대 유럽에 알려지면서부터다. 카탈루냐는 1456년 그를 기려 교회당을 짓고, 그를 카탈루냐의 성인으로 결정했다. 한편 카탈루냐 지방에는 오래 전부터 그의 축일에 장미를 사고파는 장터가 열리곤 했다.
책 축제는 20세기 들어서부터 시작됐다. 1922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출판회의소의 대표 클라벨(Clavel)은 스페인의 대문호 세르반테스의 탄생일(9월 29일)을 기념하는 '스페인 책의 날' 행사를 국왕에 건의했다. 당시 스페인 국왕 알퐁스 13세는 그의 건의를 받아들여 1926년 2월 6일 처음으로 책 축제를 개최했고, 이때부터 이 행사는 국왕령에 의해 '스페인 책의 축제'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열리게 됐다.
당시 축제 수익금의 일부는 공공도서관 건립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되어, 축제일 뿐 아니라 연중 책 읽는 풍토를 진작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1931년부터 이 축제는 세르반테스의 서거일(4월 23일)로 변경됐다. 이 날은 '장미 축제'가 열리는 상트 호르디의 날과도 겹쳐 축제는 '책과 장미의 축제'로 거듭나 더욱 성행하게 됐다.
하지만 축제는 스페인 내전을 겪으면서 명맥만 간신히 이어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독재자 프랑코의 집권 이후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정권에 의해 카탈루냐어로 된 출판물이 금지되자 오히려 '책과 장미의 축제'는 '불법 출판물'을 접할 수 있는 민족운동의 장이 되었던 것이다. 이후 프랑코가 죽고 정치가 안정화하자 축제는 더욱 성황을 이뤘고, 이날은 1995년 제28차 유네스코총회에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지정됐다.
◆'세계 책의 수도' 선정
유네스코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기념해 해마다 '세계 책의 수도'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인도의 델리가 책 수도로 선정되었는데, 델리는 1년간 유네스코의 후원을 받아 책과 관련된 국제회의와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칠 수 있어 국내 독서 열기 고조는 물론 세계 도서 시장에서의 국가적 이미지 제고를 꾀하고 있다.
'책 수도'로 처음 선정된 곳은 스페인의 마드리드이다. 마드리드에서는 5, 6, 9월 3차례의 정기도서전이 열리는 것은 물론 이도 모자라 매주 일요일 시내 곳곳에서 소규모 도서전이 개최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중해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 알렉산드리아가 '책의 수도'로 뽑혔다. 알렉산드리아는 지난해 12년간의 복원공사 끝에 헬레니즘 문명의 산실이었던 세계 최고(最古)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복원하는 개가를 올렸다. 기원전 3세기초 문을 열어 이집트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 등 고대 동서양의 두루마리 문서와 파피루스 문헌 80만여 권을 소장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서기 645년 사라센 제국의 침공으로 파괴되기 전까지 9백여년간 인류 문명의 산실 역할을 했었다.
◆유럽의 책 축제
△스페인 = 오늘날 스페인의 '책과 장미의 축제'는 카탈루냐 자치주의 수도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되고 있다. 카탈루냐 의회가 있는 자움 광장에서는 장미 장터와 퍼레이드, 가장 서민적인 거리인 람블라에서는 책 장터가 열리고 있다.
장터에는 카탈루냐를 대표하는 용, 왕, 왕비, 거인 등 장미로 화려하게 장식된 조형물이 등장한다. 거리 곳곳에서 책 할인 잔치가 열리며 하루 종일 책의 지적 향취와 장미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축제가 벌어진다. 저마다의 손에 책과 장미를 든 연인들, 가족들, 친구들이 쏟아져 나와 거리를 메우는 것 만으로도 하나의 아름다운 퍼포먼스가 되고 있다.
△독일 = 독일에서는 올해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작가들이 모여 12시간 안에 집필에서 인쇄까지, 책 한 권을 제작하는 세계신기록 수립에 도전한다. 최근 독서운동재단인 슈팅프퉁레젠은 23일 독일 중견작가 40명이 각각 본문 2쪽씩을 집필하고, 이에다 머리말을 더해 총 96쪽짜리 책 한 권을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7시45분 재단이 책의 주제를 발표함과 동시에 작가들이 집필에 들어가 편집→인쇄→장정 과정을 거쳐 오후 7시쯤에는 완성된 책을 독일 내 10개 도시의 서점에 유통시키겠다는 것이 슈팅프퉁레젠의 계획이다. 슈팅프퉁레젠은 "인터넷 시대에도 출판매체가 그 지위를 잃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국 = 6년 전부터 '세계 책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는 영국에서는 해를 거듭할수록 행사의 규모가 커져 수 천 개의 학교와 도서관이 참여하고 있다. 런던도서관은 '당신의 입술을 열어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큰소리로 책읽기를 장려한다. 서점 주인들은 기금을 조성해 우리의 도서상품권에 해당하는 '북 토큰(Book Token)'을 발행, 학생들에게 배부해 저렴하게 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독서장면 엿보기(get caught reading)'라는 포스터도 등장한다. 포스터는 퀴즈프로그램 사회자, 유명 작가 등 영국의 유명인사들이 독서하는 모습을 담아 독서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세계 책의 날' 축제가 시작되기 한달 전부터 잠들기 직전 20분간 책읽기를 장려하는 '잠자리 독서 캠페인'이 진행되기도 한다.
◆국내의 책 행사
우리나라는 지난해 처음으로 출판계ㆍ서점계ㆍ도서관ㆍ사회단체ㆍ언론사가 공동으로 행사를 개최한 데 이어 올해도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린다.
△'책과 장미의 축제' = 책의 날에 즈음한 20일 전국 10개 서점은 연인, 친구, 가족 단위 고객에게 책과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한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지성의 상징인 책을, 서점들이 사랑의 상징인 장미를 마련한다.
행사 서점은 교보문고 서울문고 씨티문고(이상 서울), 서현문고(분당), 영광도서 동보서적 남포문고(이상 부산), 계룡문고(대전), 충장서림(광주), 홍지서림(전주) 등이다.
◇사랑의 책 보내기 행사 = 국내 300여 단행본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회장 홍지웅 열린책들 대표)는 사회복지시설에 양서를 기증하는 '사랑의 책 보내기' 행사를 개최한다. 소외지역 청소년들이 건전한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 출판사 수익을 사회로 환원해 문화복지를 실현하는데 기여한다는 것이 출판인회의의 생각이다.
대상 시설은 사회복지관, 특수교육기관, 청소년 보호시설 등 25-30곳이며, 500여종 2만5천여권이 기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