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초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140달러를 경신하면서 폭등에 대한 뉴스들이 계속 쏟아져 나와 3차 오일쇼크가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으로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했다. 사용하는 에너지의 거의 전량이라 할 수 있는 97%이상을 해외수입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있어서 이러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은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 산업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함은 물론 우리 서민생활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동안 산유국들의 유가 하락을 우려한 인위적인 생산량 감축 및 정제설비 노후화, 지정학적 정치불안 등에 따른 수급 불안과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의 발빠른 경제 성장이 세계 석유 수요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만큼 우리에게 예전의 낮은 수준으로 유가가 하락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가 에너지기기의 효율을 보다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기기(Appliances)의 효율향상을 통해 원천적인 에너지절약을 기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근원적이고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에너지는 결국 기기를 통해 소비되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 하는 가전기기·조명기기·사무기기·자동차 등은 제품의 설계에 따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할 수도 있고 적게 소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에너지관리공단에서는 고효율 에너지기기를 보급·확대하기 위해 각종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가 고효율기기를 많이 보급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해 사용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각 제품에 부착된 에너지소비효율등급(1~5등급) 라벨이나 에너지절약마크를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고효율 에너지기자재 인증제품일 경우 고효율기자재마크 또는 인증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또다른 에너지기기 효율향상 정책은 저효율 에너지기기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정책 시행이다.
예를 들어 단일기기로 국가전력량의 40%를 차지하는 삼상유도전동기에 대하여 고효율전동기로 생산·판매(수입)를 의무화하는 최저소비효율기준 적용을 통해 현재 시장점유율이 90%를 넘고 있는 일반전동기를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에너지절약 효과는 무려 1조3700억원에 달한다.
또한 조명기기에서도 대표적으로 저효율제품인 백열전구를 시장에서 퇴출하려는 움직임이 국제에너지기구(IEA)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백열전구는 전체 소비전력의 5%만 빛으로 사용하고 95%는 열로 발산되어 60~100W의 불필요한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대표적인 저효율기기이다. 대체 조명기기인 안정기내장형램프로 대체할 경우 20W 정도의 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 백열등을 전구형 형광등으로 교체하면 65~70%의 절전이 가능하고, 8배의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
그리고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핵심 전자제품으로 디지털 위성방송 및 케이블방송 보급 확대와 더불어 급격히 증가되고 있는 셋톱박스도 그 대상 품목이다. 셋톱박스는 대기전력만으로 20~40W에 이르는 과다한 에너지를 소비한다.
EU위원회는 셋톱박스 대기전력을 최대 15W 이하로 규제하고 있으며, IEA는 더 나아가 8W 이하로 줄이는 규제정책을 권고하고 있다. 전세계 셋톱박스 시장의 25% 가량을 우리 한국이 점유하고 있는 만큼 국가 에너지절약 측면 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업체의 수출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대기전력 저감기준의 강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불필요하게 과다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저효율기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방치할 때 에너지 누수 현상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고효율기기 보급 확대 정책을 전부문에 걸처 도입하고 아울러 저효율 기기 시장 퇴출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해 나갈 때 에너지기기의 효율향상을 통한 초고유가의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국가 에너지절약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