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공직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공무원 범죄’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일상적인 용어로써 공무원의 범죄행위를 지칭할 때 부정부패라는 포괄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사전적 의미의 부패란 단백질이나 유기물이 부패균에 의해 유독한 물질과 악취를 발생하게 되는 변화이다. 우리는 이러한 생물학적 당연한 변화를 공직의 부패와 연관시킴으로써 죄의식으로부터 멀어지려고 무의식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이명박 대통령은 가벼운 징계공무원 32만8335명에 대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법치주의에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국민대통합과 경제살리기의 차원에서 행해진 특단의 조치라는 점과 정부부터 투명성을 높이고 공무원의 뇌물수수 범죄에 대해서는 특별사면 등의 ‘은전’을 베풀지 않겠다는 천명은 긍정적인 면이 높다. 아울러 대통령이 5년 후에도 징계공무원을 특별사면해 줄 것이라 생각하고 행동해서는 곤란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공무원 범죄를 양심적·윤리적 차원의 비리로 취급해 이에 대한 처벌이나 징계를 가하는 것으로 결말지어 왔다. 형법상의 뇌물수수·직무유기·직권남용·불법체포감금·가혹행위·공무상비밀누설·선거방해죄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병역법·조세범처벌법 상의 각종 직무범죄뿐 아니라 행정법 또는 당해 공공기관의 내부규정에 의하여 징계를 가할 수 있는 모든 행위가 이러한 범주에 해당한다.
생생하게 기억나는 ‘론스타 사건’, ‘이용호 게이트’, ‘바다 이야기’, 전 국세청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수감, 스스로 공범을 인정하는 전직 검사가 현직 검사들에게 거액의 ‘떡값’을 줬다고 주장한 ‘삼성뇌물 공여’ 등 최근에는 산재보험금 등 15억원을 횡령해 도박으로 탕진한 근로복지공단 직원, 연구비를 타내 2억원을 술값으로 쓴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교육공무원에게 선처를 호소하는 집단탄원서를 122명의 동료 공무원들이 법원에 낸 것을 보면 제 식구를 감싸는 상식 이하의 행동이 공직사회에서 이뤄졌다.
우리 역사를 보면 이승만 대통령 시절부터 현직 대통령까지 친·인척 비리는 계속 되었다. “나 대통령 친척인데”, 그 무형의 권력에 사기 치는 범죄자도 정권마다 생겨나고 있다. 또한 부장판사·부장검사·전직 판검사 출신의 변호사 등이 법조브로커와 유착해 저지른 각종 법조비리 사건들이 뉴스에서 흘러나오면 도대체 누가 이들을 통제해야 하는 것일까 하고 모든 국민들이 개탄한다.
공무원 범죄는 뇌물수수에만 그치지 않는다. 1975년 ‘인혁당 재건위 산건’은 대법원에 의해 형이 확정된 다음 날 이들 전원에 대하여 사형이 집행되었다. 무고한 이들이 형장의 이슬로 살아진지 32년만인 2007년 1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3부는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 재심사건에서 관련자 8명 전원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문제를 포함하여 공무원의 온갖 비리와 범죄는 사법부의 경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국제적 반부패기구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해 발표했던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43위로 해마다 뒷걸음을 치고 있는데 ‘국가청렴위원회’가 폐지되었다. 이는 유엔반부패협약 제5조(정부의 부패방지정책)와 제6조(독립적 부패방지기구의 설립)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공직자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불법행위를 했을 때에도 공권력이 무기력해 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고의로 탈세한 세무공무원이나 교통신호를 지키지 아니한 경찰관이 법집행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듯이 부여된 공권력이나 인·허가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함으로써 빚어진 부작용도 국가 신뢰도에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법원·검찰 등 법무부 소속 공무원들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그들과 한 식구나 다름없는 검사만이 수사할 수 있는 기형적인 우리의 수사구조부터 개혁되어야 한다. 삼권분립의 기본은 아무리 힘이 있는 국가기관이라 하더라도 그 기관에 부여된 권한에 상응하여 타 기관에 의한 통제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 범죄를 전담해 통제할 수 있는 독립적 기구 가칭 ‘국가공무원범죄수사원’이 신설되어야 함은 물론 형법을 포함한 각종 특별법 등이 유기적으로 통합, 운영될 수 있는 법령이 입법되어야 한다.
‘뇌물 받다 들키면 돌려주면 되고, 공금횡령 선처하면 되고’, ‘공공기관 자체감사 있으나마나’, 이러한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고위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의 범죄에 있어 투명하고 객관적인 수사가 가능할 때 국민은 대통령과 공직자를 신뢰할 수 있다. ‘낮은 담 너머로 백성들을 바라보는 공직자’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