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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블레스 오블리주

 

신라시대의 화랑도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대표적인 집단이라 할 수 있다. 귀족 및 사회지도층의 자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항상 앞서서 행동하였다. 특히 화랑은 세속오계로 몸과 마음을 수련하였고, 사군이충(事君以忠), 임전무퇴(臨戰無退)의 정신으로 전쟁터에 나가 싸웠다. 이러한 화랑의 활약이 삼국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초석이 되었다.

외국의 경우 초기 로마시대에 포에니 전쟁으로 국고가 바닥나자 로마의 귀족들은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납부하고 평민들보다 먼저 전쟁터에 나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모범을 보였다고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프랑스어로서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를 의미한다. 이 말은 귀족의 역사가 긴 유럽 사회에서 유래되었으며 오늘날 유럽 사회 상류층의 의식과 행동을 지탱해 온 정신적인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귀족으로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명예(노블레스)’만큼 의무(오블리주)를 다해야 한다는 것으로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였다.

전쟁과 같은 총체적 국난의 경우,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 고위층의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전쟁이 나면 위험을 무릅쓰고 싸움터에 앞장서 나가는 귀족들의 기사도 정신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귀족 사회의 전통적 모럴(morale)은 면면히 이어져 영국의 지도층 자제가 입학하는 이튼 칼리지 졸업생 가운데 무려 2000여명이 1, 2차 세계대전에서 목숨을 잃었고 엘리자베스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는 포클랜드 전쟁시 위험한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하기도 했다.

6.25전쟁 때에도 미8군 사령관 밴플리트의 아들은 야간폭격 임무수행 중 전사했으며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아들도 육군 소령으로 참전했다.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이 6.25전쟁에 참전한 아들의 전사 소식을 듣고 시신 수습을 포기하도록 지시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철강왕 카네기, 석유재벌 록펠러에서부터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갑부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미국 부자들의 자선 기부문화도 이런 전통을 물려받은 것이다. 우리나라도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선생, 경주 최 부잣집 등 사회적 기부를 통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한 경우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과거 병역의무 이행과 관련해 권력과 돈이 군복무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었던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오래된 일이지만 1950년 6.25전쟁 때 우리사회에는 ‘빽’이라는 말이 꽤나 유행했었다. 전쟁에 나간 가난한 집 아들들이 총탄을 맞으면 ‘빽!’하고 쓰러진다는 서글픈 얘기가 서민들 사이에 크게 회자됐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병무청에서는 지속적인 제도개혁과 전산화로 부정이 개입할 수 있는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투명하고 공정한 병무행정을 수행하고 있다. 신체검사과정에 있어서 개인의 주관이 개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검사 전 과정을 전산화하였으며, 대리수검 방지를 위한 전자 신분인식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특히 최신 의료장비를 이용해 모든 신체검사 결과를 전산에 의해 자동으로 판정하고 있으며, 면제자에 대한 정확한 판정을 위해 2심제로 중앙신체검사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병무민원 포탈서비스 시스템을 운영해 모든 신체검사 과정과 민원처리 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그 결과를 의무자 이메일 및 휴대폰으로 통보하고 있다.

1급이상 고위공직자, 선거직, 선출직 등에 대하여 ‘공직자 등의 병역사항 신고 및 공개에 관한 법률’이 1999년 5월 제정, 시행되어 왔으나 보다 광범위한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해 4급 이상 공직자 등으로 확대하는 법률 개정안이 지난 2004년 12월 31일 국회를 통과해 2005년 7월 1일부로 시행되고 있다. 국민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병역사항을 인터넷에 게시해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있으나 미흡한 면이 있다고 할 수는 있다.

따라서 제18대 국회에서는 이러한 사회 지도층들이 솔선수범의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국방위원회 소속 김옥이 국회의원 등 36명이 병역법 일부 개정안을 8월 27일 발의하였으며 ‘사회지도층의 병역의무 이행제고’를 위해 9월 2일 국회입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 국민들의 공론화를 유도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구현을 위해서는 제도와 법규를 만드는 것보다 사회 고위층의 높은 도덕성과 솔선수범이 더욱 중요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대가 없는 희생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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