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사업이 처음부터 운하사업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당초에는 굴포천 방수로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굴포천 방수로 사업은 경인지역의 집중 호우 때마다 상대적으로 한강 수위보다 저지대인 굴포천 유역의 상습적인 침수를 막기 위해서 추진된 치수 사업이다.
이 사업은 1992년 착공 당시에는 저폭 40m로 추진되다가 1994년 홍수 전량을 서해배수 목적으로 80m폭으로 치수계획이 변경되었다. 그러나 굴포천 방수로가 일년 중 폭우 시 10여일 남짓만 배수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에 착안, 평상시 물류 수송로로 활용하기 위해 1995년 굴포천 방수로를 운하로 함께 이용하자고 추진된 사업이 경인운하 사업이다. 하지만 운하사업은 추진과정에서 환경단체의 여러 가지 문제 제기와 반대로 결국 참여정부 때인 2003년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굴포천 방수로 80m공사는 국고로 우선 추진하고 경인운하는 재검토 결정이 내려졌다. 그후 2004년 8월부터 2006년 5월까지 네덜란드 DVH사의 재검토 용역이 실시됐다.
용역결과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참여정부가 사업 재개결정을 내리지 않고(물론 폐지결정도 내리지 않고) 현 정부로 넘겼다.
굴포천 방수로 공사가 착공된 지 16년이 지났으며, 경인운하사업으로 전환한지도 13년이 경과됐다.
사업 추진이 더디다 보니 친수공간 조성은 말할 것도 없고 볼성사납게 파헤친 흙덩이·돌덩이들이 주변지역의 경관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 특히 운하냐 방수로냐에 따라 구조물이 달라져야 하는 교량은 덜컹거리는 철제와 임시 교량으로 십수 년 동안 방치되고 있다.
이러한 경인운하 사업의 실태파악 및 현장 조사를 위해 지난 7월 31일 국토해양부 관계자 등과 함께 굴포천 방수로사업단을 방문, 사업개요 및 현재 추진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또 지난 8월 4일 경인운하주민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10㎞구간을 걸으면서 직접 피부로 느꼈고, 계양산 꼭대기에 올라 경인운하의 시작점과 끝지점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지난 9월 6일에는 보트를 띄워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굴포천 방수로를 탐사했다. 특히 9월 9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경인운하 어떻게 할 것인가?’ ‘경인운하 사업의 바람직한 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정책토론회에서 각 전문가들은 굴포천 방수로 공사의 진척상황을 볼 때 경인운하 사업의 추진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일 시점은 이미 지났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사업추진과 관련해 일부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은 충분히 해결 가능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또 경인운하가 수도권의 물류체계를 현대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며, 관광레저 공간의 새 지평을 열 것임을 주장했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경인운하와 연결될 경우 서울에서 서해 뱃길을 통해 동북아의 중심이 되는 항구도시로 재탄생할 것, 쾌속선 투입시 서울 동작에서 인천 청라신도시까지 40분에 주파가 가능할 것 등 수상교통로로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환경파괴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물류 분담으로 공기오염 주범인 대형차량에서 뿜어 나오는 매연을 줄이는 효과도 있으며 기 제기된 환경문제는 극복 가능하다는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환경문제나 경제성의 문제를 소홀히 취급하자는 말은 전혀 아니다. 단지 관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발생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막자는 의견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러한 문제 제기가 발전적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계속 제자리를 답보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도권의 시민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발전적 결론을 유도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마무리 할 때라고 생각한다. 최근 경인운하 문제가 불거지자 경인운하는 괜찮은데 대운하의 전초전이 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해야 한다는 논리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경인운하는 한강과 서해 바다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대운하와는 완전히 다른 사업이다. 목적도 다르고, 위치도 다르고, 사업의 효과도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경인운하와 대운하를 결부시키는 것 자체가 반대논리를 만들기 위한 비약인 것이다. 경인운하와 대운하를 인위적으로 연결시킨다 든지 또는 같은 운하라고 혼동시켜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행동은 경인운하의 진위를 밝히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므로 경계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경인운하를 해야 할 것이냐 아니냐를 논하기 보다는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잘 수렴해서 이것을 사업으로 완성시키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