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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하마비(下馬碑) 보호대책 시급

사료적 가치불구 관리소홀
위치 등 데이터 제작 급선무

 

언론을 통해 정치권 등에서 하마평(下馬評)이란 용어를 종종 접한다. 여기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하마평’이란 단어는 무슨 뜻일까? 옛날 왕족이나 문무양반 등 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외출할 때 주로 말을 타고 다녔다. 일반인들은 성문 안에서 말을 타는 것이 금지되기도 하였을 만큼 승마는 일부 계층의 특권이었다.

그러나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말에서 내려야 하는 곳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하마비(下馬碑)가 세워진 장소였다. 궁궐, 묘, 향교 등 중요한 국가기관이나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곳이 이에 해당한다. 하마비가 세워진 입구부터는 반드시 걸어서 들어가야 했다.

궁궐 하마비 주변은 마치 말 주차장 같은 풍경을 이루었을 것 같다. 하마비 곁에 말을 매어 두고 주인들이 안에서 볼일을 보는 동안 시종들은 주인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이 때 이들의 화제에 단골로 오른 것이 자신들이 섬기는 관리를 둘러싼 정세와 출세에 대한 것이었던 모양이다.

오늘날 관직의 인사이동이나 임명될 후보자에 대한 개인적 평가를 ‘하마평’이라 부르는 것은 여기에서 유래한다. 서기 1413년 태종 13년에 최초로 종묘(宗廟)와 궐문(闕門) 앞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하마비 표목(標木)을 세워놓았다는 기록으로 보아 처음에는 나무로 제작했다가 지금과 같은 석비(石碑)로 대체된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의 교통수단인 차량의 승하차장 표시와 비슷한 기능도 있지만 그보다는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어떤 장소에 임해야한다는 예(禮)와 경계의 의미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대개 하마비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말에서 내리시오(大小人員皆下馬)’라고 새겨져 있으나 때로는 단순히 ‘하마비(下馬碑)’ 또는 ‘수령이하하마비(守令以下下馬碑)’라고 씌어진 경우도 있다. 제주목관아의 하마비는 수령 이상은 건물 안으로 말을 타고 들어가도 좋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1995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는 종묘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 등의 신주(神主)를 모신 왕가의 사당으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해 있다. 종묘의 하마비는 1663년에 세운 것으로서 앞면에 “여기에 이르러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말에서 내리라(至此大小人員皆下馬)”는 문구가 새겨져 있으며 뒷면에 조선시대 현종 4년에 해당하는 청나라 연호 강희(康熙) 2년 10월이라는 제작 연대가 표시돼 있다.

높이 132㎝, 너비 58㎝, 두께 20㎝의 아담한 규모이나 34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종묘 앞을 지키고 있었을 그 숭고한 무게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또한 수많은 어르신들이 종묘 앞 공원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어 옛날 같으면 타고 가던 말도 내려야 할 만큼 엄숙해야할 장소가 만남의 광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월의 변화를 느낀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들에 대한 깊은 흔적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하마비들은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특성 때문에 그동안 관리가 소홀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재개발지에 위치한 하마비는 마치 건물 기둥 하나가 솟아 나온 모양으로 방치된 채 있다가 주변이 역사공원으로 조성되면서 다행스럽게 훼손의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전국에는 사찰의 하마비부터 제주목관아의 하마비까지 다양한 형태와 서체로 제작된 수많은 하마비들이 산재해 있으나 종합적인 조사와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재질과 무게로 인한 이동 중 파손의 위험이 있고, 유물 자체가 가지는 특성상 원래의 지점에 위치해야 더욱 가치가 있으므로 다른 박물관이나 기관으로 이동하기보다는 현 지점에서 효과적인 관리와 보호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듣다.

우선적으론 전국 하마비의 위치와 규모, 상황 등을 조사해 데이터로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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