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7일 오후 10시쯤 119상황실로부터 긴급하게 출동벨이 울렸다.
“구급출동!~구급출동!~ 약물복용환자로 복통과 구토가 심하다고 함.” 약물복용 환자라는 상황실 지령을 듣고 나는 출동 중 보호자와 통화를 하고 딸이 과산화수소를 먹었다는 것을 알았다.
5분 후 현장에 도착하여 환자를 살펴보니 의식은 있으나 얼굴이 창백하고 식은땀으로 온 몸이 젖어있었으며 위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생체활력징후를 측정하고 환자를 들것에 옮겨 병원으로 이송하며 환자 발생 경위를 부모에게 듣고서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었다. 보호자인 엄마 말 인즉 아빠가 과산화수소를 200배 희석하여 수시로 치료 목적으로 음용하고 있었다고 했다.
딸이 소화가 안되고 복통이 있다고 말하자 아빠는 본인이 음용하는 희석된 과산화수소를 종이컵에 반잔 정도 부어서 딸에게 먹였다는 것이다. 그것을 먹은 딸이 갑자기 구토를 하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아빠는 당황해하며 딸에게 먹인 과산화수소를 확인해 보고난 후 그 과산화수소는 희석된 것이 아니라 희석 전 원액의 과산화수소였던 것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똑 같이 생긴 병에 담겨있었던 원액을 아빠가 착각하고 딸에게 먹인 것이었다.
병원 이송 중 환자는 혈압이 점점 낮아졌으며 위통 및 오심 증상을 호소하고 구토를 했다. 병원에 도착해서도 환자는 계속하여 구토증상을 심하게 하고 있었다.
독극물 및 약물에 중독된 환자의 응급처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다.
첫째, 환자가 복용한 독극물 이름과 먹은 양(12알 등으로 구체적으로 표현), 먹은 시간과 환자의 나이, 몸무게 등을 확인해야한다.
둘째, 산이나 알칼리와 같은 부식성 물질을 삼킨 경우는 적어도 1~2컵의 물이나 우유를 먹여 독극물을 즉시 희석시킨다. 그러나 고체로 된 독극물(분말을 포함)은 더 빨리 녹여서 체내흡수를 빨리하기 때문에 절대로 먹여서는 안된다.
셋째, 환자를 왼쪽으로 눕히면 소장과 연결되는 위의 끝부분이 똑바로 서게 된다. 이렇게 하면 중력의 영향으로 위안에 있는 독극물이 소장으로 가는 시간을 최대 2시간까지 늦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토할 때 구토물이 허파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물론 환자가 의식이 없을 때는 즉시 119로 신고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