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는 멜라민 공포에 휩싸여 있다. 멜라민 분유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하더라도 중국 사회는 인구가 많아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으니까 그냥 스쳐지나가는 범상치 않은 사건으로 생각했으나, 5만4천여명에게 신장결석이라는 피해를 입히고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급기야 원자바오 중국총리가 “참담함을 느끼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제사회에 사과를 하고 큰 망신을 당했다.
개발도상국이 오로지 잘 살아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짓(설사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해도)을 해도 면죄부를 받던 시대는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구태의연한 행태를 일삼는 중국사회를 보면 울화가 치민다.
우유에 물을 섞어 부피를 늘리고, 부피 늘린 우유의 단백질 함량을 높이이기 위해 멜라민을 섞고, 돈벌이가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한다는 곳이 중국사회라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느지막이 자본주의 물결에 흡수된 중국사회가 겪는 단기적인 현상이라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멜라민 피해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중국산 유제품 및 원료를 사용하고 있는 일부 제과류의 멜라민 성분함유 검사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식약청에서는 현재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는 380여종의 제과류에 대하여 판매금지를 시켜놓고, 검사결과에 따라 판매를 허용하거나 강제회수·폐기하는 등 발 빠른 대처로 소비자를 안심시키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제품의 경우 검사과정에서 제품의 원료가 골고루 섞이지 않아 플링에 문제가 있다하여 ‘적합’ 판정이 ‘부적합’ 판정으로 뒤바뀌는 해프닝이 일어나 다른 제품 검사결과의 신빙성을 의심케 하였다.
또한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다름 아닌 법 때문이다.
식품위생법상 영업신고는 300㎡이상 매장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대형 할인매장 외의 동네슈퍼마켓, 구멍가게는 아무 제한 없이 판매금지 식품이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구입한 출처도 모르는 100원짜리 빙과류를 빨고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데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조치할 수 없다니 무엇을 위해 법을 만들었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그 뿐 아니다. 제품원료의 원산지를 표시함에 있어 단지 ‘수입산’으로 표기 되었을 뿐 상세한 국가명은 표기가 되어있지 않은 제품도 상당수 있는데, 과연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시정명령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표기가 맞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법을 강화해서라도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향후 FTA협상으로 수입 농산물이 물밀듯이 들어올 것이 뻔한 사실인 것을 알면서도 공격적인 대처를 하지 않으면 중국의 멜라민 피해가 우리나라에는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신토불이!. 말 그대로 ‘몸과 땅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으로, 자기가 사는 땅에서 생산한 농산물이라야 체질에 잘 맞음을 이르는 말로써 한때 가요제목으로 나올 정도로 유행처럼 번졌던 단어이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단지 수입 농산물에 밀린 우리 농업을 보호하고자 너도나도 한목소리를 낸 성어이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우리 농산물을 쓰지 않으면 큰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미래지향적인 큰 뜻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을 듯 싶다.
‘신토불이’이 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하지만 시대가 그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국산 농산물을 사랑하는 우리자식의 입에 넣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을 받아들이되 철저한 검사로 원료의 투명성을 제고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해야한다. 전 세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극심한 불황으로 소비가 위축되어 있다.
과자 한 봉지라도 더 사먹게 해야할 이 시점에 멜라민 파장으로 그나마 경기가 더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하루속히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되 냉철히 검사하고 확실한 처벌 법적근거를 마련하여 원활한 소비문화가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