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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악플, 최진실 죽음의 모든 원인인가?

 

군복무가산점제도에 대해 성불평등 문제제기를 했던 모 여성이 사어버상에서 댓글 폭력을 견디다 못해 악성댓글을 쓴 사람을 찾아내 처벌해 줄 것을 수사의뢰했다. 여러 해 동안 지속적으로 온갖 욕설이 이어졌고 ‘안티 K’카페 등이 만들어지기도 하였지만 여성운동에 대해 늘상 존재하는 언어폭력으로 생각하고 이 여성은 일체의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 여자 죽이는 법’ 등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의 글이 올라오자 수사를 의뢰한 것인데 얼마 전 경찰서의 연락을 받고 가보니 겨우 18살 어린 소년의 짓이었다. 자신의 아들보다 댓살이나 더 어린 이 소년에게 몇 마디 충고와 함께 고소를 취하한 후 귀가조치 하도록 한 적이 있다. 이처럼 개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손상하는 글에 대한 처벌이 필요한 조치이기는 하며 피해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부와 여당은 최진실씨의 죽음을 계기로 ‘사이버모욕죄’를 법제화하겠다고 나서는 것에는 방식이나 시기에 있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위 ‘최진실법’이라 하여 형법상의 모욕죄와는 별도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준비중이라고도 하고, 인터넷 댓글에 의해 피해를 입은 당자사가 요구하면 임시조처, 삭제할 수 있게 하겠다고도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어린이 안전과 관련하여 법제화문제로 떠들썩하였으나 그 부모들이 법률명에 이름을 넣는 것을 윈치 않아 유야무야되었던 ‘혜진예슬법’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촛불정국 이후 기회만보면서 사이버상의 모욕죄 신설을 엿보고 있다가 한 여성 연예인의 죽음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의 하나로 보여지기도 하는데 인터넷 실명제로 인한 다른 여러 가지 영향들을 고려해 본다면 다시 한번 면밀하게 분석한 후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여 결정함이 옳다고 본다. 야당뿐만 아니라 학계, 시민단체들도 여론통제수단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이를 반대하고 있다.

최씨의 경우, 이 여성을 죽음으로 몰은 것이 비단 악플 뿐이었을까? 악플이 공범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나 이보다는 일부 언론에서 이를 둘러싼 각종 루머들을 확대하고 선정적으로 가사화함으로써 한 술 더 보탰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도 존재한다. 악플러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릴 수 없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이혼한 여성에 대한 편견은 어떠한가? 유명하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여성도 이러할 진데 그렇지 않은 여성에 대한 편견은 충분이 이런 여성을 죽음으로 몰고 갈만하다. 십 수 년간의 상담경험에 의하면 이혼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어려움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보다 훨씬 심각하다.

남편의 외도나 가정폭력으로 인해 여성 본인이 강력히 원해서 이혼할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남성이 이혼하고 혼자 지내고 있으면 ‘보기 딱해서’ 밑반찬부터 시작하여 살림도움이까지 지원하는 주위 사람들의 배려에 비해 여성에게는 온갖 사회적 편견이 내재되어 있는 비난이 잇따르게 마련이다.

“여자가 성질죽이고 웬만하면 참았어야지, 애비없는 애들을 만들었다”로부터 시작하여 가까운 지인이나 심지어는 친정가족들까지도 ‘자신이 원해서 이혼했으니, 자기 문제는 자기가 알아서 해야지’라는 식의 태도를 보임으로써 더욱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최씨가 오로지 사채로 인한 인터넷루머나 악플 때문에 자살했다고는 보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혼한 여성에 대한 편견과 유명연예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그리고 혼자 자녀들을 기르는 여성가정으로서의 온갖 부담감 등은 비록 자세히 보도되지는 않았으나 우울증을 유발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며 종국에는 사지로까지 다다르게 한 것이었다. 다만 최근에 인터넷상으로 본인이 참기 어려운 글들이 올라와서 이에 대해 더욱 힘들어 한 것은 사실이나 이런 악플에게만 자살의 주범으로 모든 책임을 씌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 커뮤니케니션에서 댓글을 다는 사람은 0.8%에 불과하며 네이버에서는 악플(?)을 다는 사람은 1500명 중에 한명 꼴이라 한다. 따라서 극히 소수에 불과한 악성(?) 댓글을 가지고 전체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모 교수의 지적을 기억해야겠다.

이 여성의 자살과정에 있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되는지 생각해 본 후 사이버모욕죄나 인터넷 실명제를 깊게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양해경<용인성폭력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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