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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타종(打鐘)

이창식 주필

엊그제 수원 화성행궁 앞 종로 사거리에 여민각(與民閣)이 세워졌다. 원래 화성 축성 때 세워졌던 종각(鐘閣)인데 한일합방 이듬해인 1911년(추정) 경에 일제가 철거해 버렸던 것을 97년 만에 중건하면서 여민각으로 명명한 것이다. 임금이 백성을 덕화(德化)하여 백성과 더불어 즐기는 것을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 하였다. 군왕과 백성의 차별이 하늘과 땅만큼이나 엄연하던 시대에 과연 여민동락이 이루어 졌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백성을 끔찍이 여긴 정조이고 보면 여민동락을 치민치세의 이상으로 삼았을 법하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 세워진 여민각은 단순한 문화재의 복원이 아니라 시대와 관계없이 절실히 요구되는 여민동락의 실천을 다짐하는 ‘약속의 성지’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서울 보신각 종이다. 이 종은 새해 제야의 밤 때 33번 타종한다. 그런데 새로 중건된 여민각 종은 중건식 때 28번 타종했다. 무슨 까닭일까. 시계가 미쳐 도입되지 않았던 시절 사람들은 해와 달을 보고 시간을 짐작했다. 해시계가 생기고 나서 조금 나아졌지만 밤 중에 시간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궁리 끝에 밤에 해당하는 5시간, 즉 술시에서 인시까지를 초경, 이경, 오경으로 나누어 각 경마다 북을 두드렸다. 각 경은 다시 5점으로 나누어 각 점마다 징이나 꽹가리를 쳤는데 한 경은 오늘날의 시간으로 따지면 2시간, 한 점은 24분 쯤에 해당한다. 그러나 북이나 징과 꽹가리 소리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통행금지가 시작되는 이경(밤 10시경)과 통금이 해제되는 오경(새벽 4시경) 만큼은 종로 보신각의 대종을 쳐서 시간을 알렸다. 이경에는 28번 쳤는데 이를 인정(人定)이라 하고, 오경에는 33번 쳤는데 이를 파루(罷漏)라고 했다. 인정에 28번 친 것은 28별자리에서 딴 것으로 밤의 안녕을 기원한 것이고, 파루 때 33번 친 것은 제석천(불교의 수호신)에게 하루의 무사를 기원한 것이다. 보신각의 33번 타종은 파루에 연유한 것이고, 여민각의 28번 타종은 인정을 상징한 것이었다. 인정이던 파루던 국태민안 보다 더한 바람이 있겠는가. 종은 시민을 위해 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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