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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별리문화

이창식 주필

헤어질 때 눈물 지우며 안타까워했던 이별의 정경이 사라진지 오래다. 우리 민족은 만날 때의 기쁨보다 헤어질 때의 슬픔이 강했다. 대표적인 이별의 장은 기차역이었다. 20여 년 전만해도 인파로 북적이는 플래트폼에는 떠나가는 사람을 배웅하며 애타하는 모습을 얼마든지 볼 수 있었다. 창밖으로 내민 손을 마주 잡고 무슨 사연인지 알 수 없지만 애절해 하는 모습은 흡사 슬픈 드라마 같았다.

 

시골 차부(정거장)도 마찬가지였다. 딸의 손목을 잡은 노모는 고질고질한 손수건으로 눈물을 딲아내며 당부의 말을 이어 가는데 딸은 억지 웃음을 지우며 노모를 위로하느라 진땀을 빼는 장면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열차와 버스 차창이 밀폐되면서 손을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게 되고, 말을 하려도 할 수 없게 됐다. 차창을 사이에 두고 벙어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손짓 발짓도 모자라 온몸으로 의사를 전달하는데 이쯤되면 청각장애자가 따로 없다. 서로 사별(死別)하는 것도 아닌데 그 때의 우리들은 정인(情人)과 가족, 친지를 떠나보내는 것을 그토록 아쉬워했을까. 이별이 또다른 만남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별의 끈을 쉽게 놓으려 하지 않은 것은 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항 역시 다를 것 없다.

 

입국장에 들어서면 뒷 모습의 환상만 남기 때문에 아쉬움으로 치면 열차보다 더 하다. 그래도 조금 나은 것은 여객선이었다. 배가 부두에서 멀어지면 재회를 기약할 수밖에 없지만 흔드는 손만은 오래도록 볼 수 있어서 이별의 장으로서는 극적이었다.

 

헤어짐의 문화가 딴판으로 바뀐데는 휴대폰의 역할도 크다. 손가락만 까딱까딱하면 문자판에 메시지가 뜨고, 통화가 가능하다보니 역이나 터미널에 나가 울며불며 헤어지던 옛 방식을 촌스럽게 여기게 되고, 서로 시간을 번다는 상호 이해 때문에 배웅이나 환송 따위의 절차를 생략하게 만들었다. 이제 휴대폰은 단순한 통신기기가 아니다. 인간의 오관(五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현실이 그렇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다. 하나 휴대폰이 인간으로부터 별리(別離) 문화의 일부를 빼앗아 간 것은 틀림없다. 별리와 고독은 슬프다. 그러나 헤어짐과 고독을 모르는 인간이 비정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 냄새나던 옛날 플래트폼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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