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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미학] 6. 원인종의 예술세계

산 에 새겨진 인간과 자연

 

“나는 치악산이 손닿을 듯이 바라보이는 원주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나의 고향에는 야트막한 구릉이 만들어낸 정다운 뒷동산보다는 울끈 불끈 솟아나 메아리처럼 첩첩이 쌓여 가는 산들이 있을 뿐이다.”

이 글은 조각가 원인종 교수(이화여자대학교)의 1991년 첫 번째 개인전 서문에 쓰인 글이다. 그에게 있어서 강원도 원주의 치악산은 단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나 기억 속의 장소가 아니라, 그의 작품에 모태가 되는 중요한 장소이자 주제가 되는 것이다.

작가는 기억하는 산과 체험하는 자연들을 통해 관계된 시간성과 삶의 관련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모두 그가 살고 있는 현실에, 특히 ‘자연’이라는 커다란 둥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고 그의 경험은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산과 자연을 그만의 방식으로 조형화시키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의 작업은 서구미술의 반영이 아닌 지극히 ‘한국적이다’라는 말로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이러한 사실들이 많은 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공통적으로 일관되는 원 작가의 작품은 자연의 의미와 작가 스스로 오랜 기간 동안 직접 경험한 자연의 본질을 현상학적 방식으로 지각된 형태들로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원인종 작가의 작업방식을 보면 예전에는 철, FRP, 자연석, 테라코타 등을 사용해 자연의 형태와 현상을 적절한 조형원리 안에서 단순 명료하게 구체화시키는 작업이었다.

단지 대상을 현실적 재현에만 그치지 않고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이미지나 형상을 상상하게 하는 독특한 그의 방식은, 추상이나 구상 따위로 굳이 구분 지을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2000년 이후의 작품들에서는 산을 표현하고 있는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자연(산)의 기운에 대한 느낌을 나름대로의 형태와 의미를 담아 표현하고 있다.

 

 

 


작품 설명에 앞서 작품 제작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어 보기로 하자.

알루미늄이나 철, 철선 용접, 또는 쇠못으로 재현된 이 작품들은 실제 산의 등고선 지도를 바탕으로 축소 모형제작을 하고 FRP로 원형을 떠낸다. 그 위에 컬러링을 하고 나면 철판이나 못으로 그 위에 하나하나씩 고정시킨다. 이는 산 자체의 형태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산의 형태 위에 또 다른 형태(인간)를 표현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을 표현하려 했다.

 

 

 

또한 1.8mm의 얇은 철선을 적당한 크기로 절단한 후 하나하나씩 용접해 산의 표면을 제작한다. 따라서 산의 주름과 높이가 사실적으로 표현된 이 작품들은 마치 실제 산을 축소시켜 금속재료로 재현해 놓은 것같이 생생한 산의 모습을 지니게 된다.

용접작업을 하면서 불의 온도변화에 따라 의도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형성된 얼룩진 색감과 미세한 밀도감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의 기운과 원리 그리고 자연현상들과의 관계성에 흥미를 갖게 한다.

철선 용접에 의해 나타나는 효과들은 산수화에서 준법(관념적 의미의 준법)을 이용한 먹선이 주는 느낌과 의미들과 닮아서 그의 작품에 한국적인 요소가 내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철선이 용접으로 인한 열로 인해 녹아내리면서 철선의 라인이 다소 희미해져 버리지만 그 후에 나타나는 효과들은 한국화의 발묵과 적묵의 효과처럼 더 강하고 오묘한 선의 형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과정이 끝난 작품은 벽에 설치되면서 그 형태가 자리를 잡게 된다.

설치된 산들은 멀리서 보면 하나의 검은 덩어리 혹은 평면작업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변화를 일으킨다.

형이상학적인 막연한 형태가 존재한다는 느낌에서 구체적인 형태가 시야에 들어오게 됨과 동시에 현실감 있는 형상들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작품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은 이 시점부터 시작되는데 좀 더 가까이 다가서면 그것들을 철선들의 용접으로 응집된 하나의 산맥의 줄기와 골짜기로 읽을 수 있게 되며, 덩어리의 자유로운 외곽 형태는 정적이기보다는 동적인 느낌으로 확장되고 생동감 있는 기운을 느끼게 된다.

 

또한 앞에서 이야기한 한국화의 준법의 효과들로 펼쳐낸 먹선의 자국처럼 이해되기도 한다. 철선들의 용접과 흔적들을 통해 발묵과 적묵의 효과를 볼 수 있고, 불똥에 의해 무질서하게 자리 잡은 얼룩점들은 산수화의 작은 점들을 연상하게 한다.

 

이렇듯 한국화의 산수화에서 볼 수 있는 준법의 개념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조각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원인종 작가만의 독특하고 신선한 시도였으며 이는 철에 용접을 하는 전통조각의 기법에만 그치지 않고 동양적 이론에 바탕을 둔 것에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애써 다듬지 않은 표면과 외곽의 형태는 자연이 주는 무질서함 속의 질서에 대한 작가의 감각과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인터뷰 중간에 원인종 작가는 예전에 썼던 한 구절의 글을 보여준다.

“기억으로 홀연히 생생하게 살아나는”, “아득한 공간감과 시간성의 거대한 질량감”

 

이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산에 대한 함축적이고 본질적인 시각이라 할 수 있다. 더 이상 해석하는 대상으로서의 산이 아닌 경험함으로써의 산이기 때문에 각각의 산은 지극히 개별적 대상으로서 각각의 산마다 다양하고 차별화된 방식으로 표현되고 형상화 되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작품은 새로 준비하는 신작들과 함께 2009년 2월 3일 미국의 뉴욕에 위치한 TENRI 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으로 만나 볼 수 있게 된다.

요즘 원인종 작가는 작품 제작뿐만이 아닌 다른 많은 일들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래도 바쁘게 사는 것이 좋은 거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작품에 대한 고민들과 제작들로 인해 바쁜 시간이면 정말 행복하겠다. 요즘은 사는 것이 살아 숨 쉬고 있을 뿐, 무엇을 하면서 사는지 모르겠다”

체질적으로 예술가로서의 삶을 타고난 듯한, 예술가로 살아야만 하는 생의 의무를 타고난 사람처럼 그의 모습에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예술가의 열정이 느껴졌다.

 

약   력
   
▲ 작가 원인종
1956 강원도 원주 출생
1982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1987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
● 개인전
1989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1991 토? 아트 스펭리스, 서울
1999 카이스 갤러리, 서울
2001 선화랑, 서울
2006 모란갤러리, 서울
● 단체전
2000  “풍경과 장소” 전 (경기문화예술회관)
      “하늘과 땅 사이” 전 (성곡미술관)
2001  “치악산을 바라보며” 전 (원주 문화원)
      갤러리 피쉬 개관기념 초대전 ‘횡단하는 이미지
       전“ (갤러리 피쉬)
      손끝으로 보는 조각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2002  한국 현대조각 특별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
      술관)
2003  기후 미술관 개관전 (기후미술관, 일본)
      C.A.S.O전 (오사카, 일본)
      선 미술상 수상작가전 (선 갤러리)
      한국 국제 아트페어 2003? 특별전 (COEX)
      “너는 어디에 있는가?” 전 (문예진흥원 마로니
      에미술관)
      한국미술2003 ?진경- 그 새로운 제안? (국립현
      대미술관)
2004  “나는 작품을 만지러 미술관에 간다.“ 전 (수원
        미술전시장)
      서울 현대미술 로마전 (로마 건축가협회 하우스)
      이화여자대학교 미술과 재개관 기념 교수작품
      전 (이화미술관)
      모란미술관 기획 ‘되돌아보는 한국 현대조각의
      위상’ 전 (모란미술관)
2005  한일 현대미술 특별전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작가, 산을 그리다” 전 (목금토 갤러리)
      한일 참우정 형태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경기 문화재단 기획 “자연” 전 (경기 문화재단
      전시장)
      강원 아트 페어 (치악 예술관)
      “seeing with the heart” 전 (경향갤러리)
      A?A?F전 (pier92, 뉴욕)
2006  Simply Beautiful전 (비엘, 스위스)
● 작품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경기 과천) 호암 미술관 (경기 용인)
문예진흥원 (서울)          토탈 야외미술관 (경기 장흥)
모란미술관 (서울)          예술의 전당 (서울)
한국은행 강남지점 (서울)   성곡 미술관 (서울
대전 정부종합청사 (대전)   인천 조각공원 (인천)
올림픽조각공원 (서울)      김포 조각공원 (경기 김포)
기후 미술관 (일본)         세브란스 새병원 (서울)
●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