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가 ‘디자인올림픽’을 개최하여 디자인에 관한 큰 행사를 치렀다. ‘디자인’으로 서울을 새롭게 만든다고 하는 것이다. 아울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공공디자인엑스포도 개최되었고,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공공디자인전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 모두 10월에 개최되었는데 가을이 수확의 계절인 것처럼 ‘디자인’과 관련한 크고 작은 다양한 행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가 존재한다. 이러한 행사들에서는 일관성을 느끼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채 익기도 전에 열매를 따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지난 10월에 일본의 고베시와 나고야시가 유네스코의 ‘창조적 도시 네트워크(Creative Cities Network ; 이하 CCN)’에 선정되었다. 특히 고베시는 ‘디자인을 활용한 마을만들기’를 정책으로 하는 일본의 선진적 지자체로써, 2007년 3월에 일본 지자체 중에서 최초로 신청하여 약 1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고베시는 이를 위해 2007년도에 디자인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각 부처를 횡적으로 연계하는 조직 및 제언기관 등을 신설하였다. 더욱이, 고베시의 유네스코 CCN 추진 목적으로, 디자인 도시로 인정되면 경관정비 및 관련 산업의 관광객의 유치 등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며, 세계의 인정된 다른 도시와 정보교환 등에서 상호 교류도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네스코는 왜 이러한 CCN 사업을 추진하였는가. 그 이유는 여러 도시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이 산업과 긴밀하게 연계될 수 있는 디자인, 문학, 영화, 음악 등 7개 부문을 가지고 도시발전을 도모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이렇게 선정된 도시들간의 국제적 연계를 통해 ‘창조적 산업(creative industry)’의 발전을 선도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CCN 선정 기준 중 디자인 부문 도시의 인정요건으로 디자인을 활용한 문화적 경관(cultural landscape), 디자인에 관련한 인재 육성, 지속적인 사업 등의 항목을 들고 있어 단순히 건축물이나 시설물의 디자인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고베시가 추진하는 창조도시로써의 ‘디자인도시 고베’ 추진 방향과 시책을 살펴보면 왜 그러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추진 방향에는 ‘공간의 디자인’, ‘경제의 디자인’, ‘문화의 디자인’을 들고 있으며, 이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도시회의 설립’, ‘각 사업 주체의 행정적 대처’, ‘고베다움을 선도하는 선도지역 설정’이라는 전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의 실천을 위해 기존에 ‘창조적 도시(creative city)’라고 일컬어 지고 있는 요코하마시, 가나자와시, 교토시, 나고야시, 싱가폴, 제노바, 빌바오, 베를린, 리버풀 등의 도시를 참고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디자인’을 마을만들기 전략의 중요한 주제로 간주하였고, 경쟁의 기준이 ‘가격’에서 ‘가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도시경영전략으로서의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고베시의 디자인 관리(Design Management)는 경관과 환경, 디자인, 교통을 비롯하여 관광 등의 산업진흥과 인재육성 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11월 초에는 요코하마에서 개항15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Creative City 2008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창조적 도시의 지금까지와 지금부터’라는 심포지엄의 주제 또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포지엄의 세부 주제들을 보면 아시아지역에서 점차 대두되고 있는 창조적 도시의 문화적 동향을 짚어보며, 또한 도시내에서 예술가와 창작가가 자립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 구시가지의 활성화와 지역커뮤니티와의 관계를 살펴보며, 도시자산의 활용으로 창조적 도시의 새로운 전개전략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갖는다.(참고로 요코하마시는 2004년도부터 도심내 유휴공간 및 유휴시설의 문화적 활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문화예술창조도시 요코하마 정책을 펼쳐왔으며, 2004년에서 2006년까지 이 정책사업에 의해 생겨난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120억엔에 달한다.)
지난 달 미국발 금융사태로 인한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주지하는 바이다. 그러나 여전히 ‘돈’에 의한 해법을 찾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코하마라고 해서 심각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흔히 얘기하듯이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지금이야 말로 지역의 현실적 여건을 인지한 상태에서 지역의 발전 요인을 찾아내는 힘 즉, ‘창의력’을 발휘할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닌가.
우리가 지금 눈을 돌려야 하는 것은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의 무엇을 가지고 지역과 도시의 발전을 모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고 궁리해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