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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형사사법과 범죄피해자의 인권

 

미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NOVA)월 말링 사무총장은 “범죄 피해자 보호는 보상 차원의 ‘원조(援助)’가 아니라 사회적 ‘투자’라고 지난 달 열린 ‘제1회 한국범죄피해자인권대회’에서 강조했다.

이는 한마디로 범죄피해자들에게 절대 회복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범죄피해 후유증과 겹겹 고통을 안겨온 형사사법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유괴·납치·성폭행·살인 등 악질 범죄가 빈발한다. 이제 집 앞이나 학교 앞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위험사회> 저자 울리히 벡 교수가 “한국은 아주 특별하게 위험한 사회다”라고 경고했을 지경이다.

당연히 이 같은 범죄는 근절해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수사기관은 사회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 아래 범죄 피해를 당한 개인의 처지를 보살피지 못한 게 사실이다.

피해자는 더 이상 형사 절차의 변방에 있는 객체가 아니라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할 권리 주체이자 중요 당사자이다. 피해자를 전담해 신변보호·초기상담·정보제공 따위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전문교육을 받은 서포터를 양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형사 절차를 밟다 2차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지 말고, 피해자가 원하면 면담을 멈춰야 한다.

특히 어린이 성폭행 사건의 경우 언어 구사 능력이 떨어지면 생물도감을 이용해 상황을 재연·녹화해 법정 증거로 삼는 게 옳다.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신변안전 조처도 너무 허술하다. 범죄의 종류와 경중, 행위자의 전과 관계, 위험성 정도, 행위자의 환경, 수사 및 공판의 진행 상황 등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물샐틈없이 신변 보호 작전을 수립해야 한다.

수사·재판 단계에서도 보호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범죄 피해자가 아무리 수사기관에 자기의 인적사항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구해도 피의자 측 변호사가 형사소송법 제32조를 내세워 열람·등사권을 행사하면 공개될 수 있다.

송치 서류 상단에 피해자의 인적사항에 대해 ‘열람 불가’ 표시를 하는 양식을 마련하는 것도 한 예방책이 될 수 있다.

가해자에게 피해자 인적 사항이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를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

피해자가 증인일 경우 법정에서 그대로 신원이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경찰이 작성한 피해자 진술조서가 믿을 만하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굳이 증인을 직접 소환하지 않고도 유죄의 증거로 채택할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 인적사항 ‘보안’에 철저해야

경찰에 입건을 유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할 필요성도 있다.

범죄 신고자 본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듯이(특정범죄신고자등보호법 제16조),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도 수사 경찰이 그 피해자가 범한 일정한 범위의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는 입건 자체를 유예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성폭력 범죄 피해 여성을 보호하려면 법원부터 변해야 한다.

법원이 강간죄 적용에 대해 “상대방 여성의 자유로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면 족하다”라고 해석한다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그래야만 피해자가 악착같이 반항했는지 여부와 강간이 기소가 될 때까지의 신체적·생리적 변화 과정 및 당시 정황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고역을 피할 수 있다.

경찰은 범죄피해자보호법 제9조에 명시된 대로 피해자의 신변 보호를 위해 힘써야 한다.

억울한 범죄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무죄 입증에도 첨단과학수사를 펼쳐야 한다. 범죄 피해자를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국민이 위급한 상황에서 경찰을 가장 먼저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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