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은 항상 특별하다. 어릴 적에는 눈도 오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로 예쁘게 장식된 세상을 보면서 참 즐거운 시즌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12월은 지난 1년을 정리하며 만감이 교차하기도 하고, 미처 끝마치지 못한 일들로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한다.
특히 올해는 전 세계를 쓰나미처럼 덮친 금융위기와 이어진 실물경제 위기로 어디를 둘러봐도 추위와 우울함이 넘친다. 게다가 신문이나 방송, 세미나 등에서 내노라하는 전문가들은 앞다투듯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라느니, ‘내년 봄은 정말 어려울 것’이라느니 어두운 전망들을 매일 쏟아내고 있어, 걱정이 바위처럼 무겁게 마음을 짓누른다.
올해를 돌아보면 연초에 우리나라에선 새 대통령이 취임하였고, 11월에는 미국에서 최초의 흑인이며 40대의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변화를 갈망하는 세계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8월에는 북경에서 올림픽이 개최되어 온 국민들에게 승리의 여름밤을 선물하기도 했다. 올해는 단 한 차례의 태풍이나, 연례행사 같던 수해가 없어, 비교적 평안하게 한 해가 지나갔다. 올해 좋은 날씨 탓에 거의 모든 농작물이 대풍이라는 기쁜 소식도 있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깐, 오히려 풍작으로 농작물 가격이 폭락해서 수확하지 못한 배추나 무가 밭에서 썩고 있고, 오히려 농민들의 주름살이 깊어진다고 한다. 말 그대로 먹을 것이 부족해서 배를 곯던 시절이 그리 오래된 기억도 아닌데, 남아돌아서 문제라니 참으로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풍년이란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최근 북한이 남한에 대해 강경조치들을 내놓는 배경이 북한 역시 올해 풍년이 들어 식량사정이 괜찮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어 눈길을 끈다.
북한 주민은 연간 약 540만 톤의 식량이 필요한데, 매년 최소한 약 120만 톤 정도가 부족하다고 한다. 모자라는 식량은 남한이나, 국제기구, 미국이나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의 원조로 충당되는데, 금년은 대풍을 맞아 모자라는 식량 규모가 줄어 필요한 물량이 벌써 거의 다 확보된 상태라는 것이다.
원조가 없으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할 만큼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북한이 풍년 좀 들어 먹고 살 식량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배짱을 부린다는 게 한편 우습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런 마음의 여유(?)가 약간은 부럽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여 냈기 때문에, 지금의 30대까지는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하였다.
우리가 소득 만 불시대를 열고, 잘 살기 시작한 것은 길어야 3-40년밖에 안됐지만, ‘가난’에 대한 공포는 그 때보다 지금이 더 심한 것 같다. 물론 우리가 헤쳐 나온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큰 공포를 가지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춥다고 몸을 자꾸 웅크려서는 추위를 이길 수 없다. 옷장 속에 버려두었던 내복을 다시 꺼내 입고, 옛날처럼 버스나 지하철로 출퇴근을 해보자. 올해는 김장비용이 작년보다 30%나 싸졌다고 하니, 작년보다 김장도 많이 해서 농민들도 돕고, 서양음식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김치맛도 보게 하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만들기 까지 우리 국민들의 저력으로 꼽혔던 도전정신과 불굴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되살리자.
정부도 이런 때일수록 국민의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무엇보다 정책의 효과가 일부에게 집중되기 보다는 많은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정책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수의 상위층에 집중되는 종부세 감면보다는 양도세 감면을 먼저 추진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고, 비록 높은 환율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고점에 비해 거의 반값 수준인 원유가격이 빨리 시장에 반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 유가는 국민 모두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도도한 물결이 그 흐름을 바꾸는 격동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전 지구적으로 겪고 있는 이 어려움을 누가 먼저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순위가 바뀌게 될 것이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고, 살아남은 자는 승자로서의 자리를 향유하게 될 것이다. 국가와 민족의 운명이 달려 있는 역사의 갈림길에서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 자기 연민에 빠지는 건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과거를 돌아봐도 쉽기만 했던 적은 별로 없다. 우리는 항상 나름대로 어렵고 지난한 세월을 극복해 왔다. 겨울 한파보다 더 무서운 추위가 기다린다는 내년 봄, 우리 국민들은 국가적 위기 때마다 보여 주었던 것처럼 힘과 지혜를 모아 추위를 이겨 냈으면 좋겠다. 봄이 오기 까지 조금 더 긴 시간이 걸릴 수는 있을지라도 봄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남아 있는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바라보며 새해의 큰 희망을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