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1 (일)

  • 흐림동두천 10.6℃
  • 흐림강릉 5.7℃
  • 흐림서울 11.9℃
  • 구름많음대전 13.4℃
  • 흐림대구 9.4℃
  • 흐림울산 9.0℃
  • 맑음광주 13.6℃
  • 구름많음부산 10.8℃
  • 구름많음고창 14.1℃
  • 구름많음제주 15.3℃
  • 흐림강화 10.1℃
  • 흐림보은 8.9℃
  • 구름많음금산 13.5℃
  • 흐림강진군 12.3℃
  • 흐림경주시 8.5℃
  • 흐림거제 11.2℃
기상청 제공

나혜석 거리, 이대로 좋은가

이곳저곳 파인 보도블록, 거리에 쌓여있는 탁자와 의자, 곳곳에 늘어서 있는 쓰레기, 깨어진 유리 파편….
유흥주점과 숙박업소, 화려한 네온사인이 양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팔달구 인계동 '나혜석 거리'의 찌푸린 오후 풍경은 어제오늘만의 모습이 아니다.
어쩌면 한국최초의 여류서양화가이자 문학가이며, 페미니스로도 알려진 나혜석(1896∼1945)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나혜석 거리'가 애초 상업지구안에 들어서면서부터 이 광경은 예견된 것이 아니었을까.
선각자적 삶을 살았던 근대여성 나혜석이 21세기 현재,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유흥중심가에 방치된 채 의미없이 서 있다.

수원시, 단속의지 있나
수원시는 나혜석(1896∼1948)을 기리고자 지난 2000년 팔달구 인계동에 '나혜석 거리'를 지정했다. 인계동 효원공원에서 농조예식장 사이 총 연장 440m, 폭 15∼20m의 보행자 전용도로로 조성된 이곳은 음식점과 유흥점들이 늘어서 있는 상업지구다.
조성 이전부터 이 거리는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상업지구에 지정된 것도 이해할 수 없는데다, 나혜석을 기념할 수 있는 전시물이 거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지역예술인은 "당시 수원시는 나혜석 거리를 상업지구에 조성하면서 '음식업과 유흥점 중심의 상가를 문화관련 업종으로 전환토록 유도하겠다'고 강조했었다"며 "하지만 지금 이 거리는 원래취지가 사라진지 오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현재 이 주변은 모텔과 유흥주점 등이 당시보다 크게 증가한 상태. 이에 따라 저녁이면 술취한 취객들과 불법노점상들이 북새통을 이루는 실정이다.
주변 상가 주민 박모씨(45·음식업)는 "몇년 사이 모텔과 술집이 많이 들어선 것은 사실"이라며 "예전에는 가볍게 한잔하며 담소를 나누는 장소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단순히 흥청망청 즐기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거기다 관리 또한 제대로 되지 않아 나혜석 거리의 원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불법영업 단속은 고사하고 동상 주변에 파인 보도블록이나 덩그마니 흉물이 돼버린 야외무대, 깨진 병조각, 이곳저곳 쌓인 쓰레기 더미들은 어느 누구도 나혜석 거리에 대한 관심이 없음을 증명한다.
수원시 관계공무원은 "무대는 예산이 잡히는 대로 철거에 들어갈 생각이고, 시설관리는 담당 구청 소관"이라며 회피하기에 여념이 없다. 담당 구청 공무원은 "깨진 블록들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주변 블록을 모두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른 시설은 점검 후 조만간 수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 김모씨(29·인계동)는 "예전엔 주말이면 대학 동아리나 예술인들이 야외공연도 몇 번하더니 이젠 그것조차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아쉬워했다.


나혜석 거리 정비 시급
나혜석 거리의 문제점이 속출하자 나혜석기념사업회(회장 유동준)를 주축으로 '나혜석 거리'를 새롭게 재조성해야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목원대 건축학과 김정동 교수는 오는 25일 도문예회관에서 나혜석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리는 '나혜석 탄생 107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나혜석거리 이미지 조성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교수에 따르면 현재 나혜석 거리는 전체적인 통일된 이미지를 갖지 못하고 있다. 또 쓰레기통, 화장실 등과 같은 생리적인 편의시설이 부족해 문화환경으로서도 시민들에게 충분히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교수는 이날 '나혜석이라는' 특징을 살린 특색있는 거리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현재의 거리상황과 변경 후의 이미지를 비교분석한 조성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김 교수는 이날 논문발표를 통해 나혜석 거리에 미술가, 문학가, 신여성으로서의 나혜석을 기념할 기념관 건립의 필요성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현재 어렵게 모은 80여 점의 나혜석 관련 작품 및 자료들이 수원미술전시관 창고에 방치돼 있어 자료를 활용할 전시관이나 기념관 건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기념관 사업 및 거리정비사업에 대해 나혜석기념사업회 등 민간중심으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수원시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이 사업이 쉽게 추진되긴 어려워 보인다.
시 관계자는 "이를 위해선 예산뿐 아니라 용도변경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며 "현재로선 나혜석 기념관 건립보다 박물관, 도서관 건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수영 기자 jsy@kgnews.co.kr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