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상대방에게 물어서 안 되는 세 가지 금기사항(禁忌事項)이 있다고 한다.
혼기 꽉 찬 처녀의 나이(또 한 살을 먹게 된다.) 그리고 상대방 연봉(계약 기간이 다가 온다.) 또 있다. 수능시험 치른 자녀를 둔 부모에게 시험 잘 쳤는지(몇 점 나왔는지) 물어보는 것 이라고 한다.
경험한 사람들은 잘 공감하겠지만 입시생을 둔 부모들은 12월이 죽을 맛이다.
친구들중에 아주 고집이 세 자기주장(自己主張)이 강한 친구가 있다.
그러나 평판(評判)은 좋았다.
경영하는 회사도 중소기업치고는 아주 단다하고 부부금슬(夫婦琴瑟)도 좋은데다 항상 술값을 먼저 내고 특히 경조사(慶弔事)에 가장 먼저 얼굴을 내미는 친구였기 때문에 칭찬하면서 부러워 했다.
단 한 가지 험이라면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것인데...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올 들어 연락이 뜸해서 모두들 궁금했는데 하여간 어처구니 없는 소문이 눈덩이 처럼 커져서 무척 궁금해 했다.
어렵게 연락이 닿아 만났는데 얼굴이 많이 까칠해 있었다.
술이 몇 잔 돌자 자기신상에 관해 퍽이나 무겁게 이야기를 꺼냈다.
딸이 하나 있었는데(오죽 귀여웠을까) 초등학교 때부터 음감(音感)이 대단해 한번 들은 노래는 곧장 피아노로 옮기더란다. 신동(神童)이 났다고 떠들썩 했단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정상적인 수업은 관심이 없고 오직 피아노만 집착해서 성적이 형편없고 매번 집에 와서는 울더라나... 선생님에게 꾸지람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공부 못하는 아이라고 놀림감이 되는 등등. 주위에선 부모의 무성의(無誠意)를 탓하더란다.
“저러다 대학도 못 가지”에서 시작하더니 결국은 “누가 대학도 안 나온 처녀 데려가겠어?”
결국은 아내와 딸아이를 미국으로 보냈는데 너무 보고 싶어서 하루종일 일손이 잡히지 않더란다. 일년에 두 번씩 가서 한 달 정도를 같이 지냈는데 갈수록 부부사이도 부녀사이도 서먹해 지더란다.
올 들어 나라 경제가 이 지경이 되다 보니 학비 보내는 것 마저 부담이 되고 지금 대학 3학년인 딸에게 귀국을 종용(慫慂)했더니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매우 충격적인 답장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모두들 기러기 아빠를 흉보는데 한번 입장을 바꿔 보라고 울먹거렸다.
그날 참 빨리 술이 취했다.
교육부장관을 지낸 문용린 교수의 ‘지력혁명’이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느 날 바둑 잘 두기로 유명한 김옥균 선생이 옥황상제와 내기바둑을 두었단다.
이기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 주기로 했는데 김옥균 선생이 이겼다고 한다.
“위대한 천재 세 명만 한국에 다시 태어나게 해 주십시오.”
옥황상제가 곰곰이 생각하다 아참 한국은 이공계(理工系) 기피현상이 심하니까 아인슈타인, 에디슨, 퀴리부인을 보냈는데 시간이 지나도 별 진전이 없자 세 사람을 찾아 갔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이 옥황상제에게 “수학(數學)이 가장 자신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대학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다음은 에디슨을 찾았다.
옥황상제는 에디슨이 원래 대학을 안 나왔으니 잘 돼 있겠지 생각했는데 그는 골방에서 육법전서(六法全書)를 읽고 있었다. 발명에 몰두했지만 특허가 어려워 특허관계법을 공부하고 사시(司試)에 합격하면 사회적인 신분이 상승되기 때문이라나. 마지막으로 퀴리부인을 찾아갔더니 “여자라고 교육도 잘 시켜주지 않고 게다가 중요한 일은 맡기지도 않습니다.”
참으로 정곡(正鵠)을 찌르는 섬뜩한 농담이다.
흔히 ‘대학 졸업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정작 사위를 고를 때 성실하며 모든 조건이 훌륭한데 단지 대학을 안 나왔다고 하면 찜찜하고 망설이지 않을까? 그리고 몇 번을 떨어졌지만 행정 혹은 사법시험에 매달리는 총각이 있으면 합격의 가능성을 염두하고 저울질 하지 않을까?
매사 자기 일이 아니면 원칙을 주장하지만 남의 일엔 가볍게 이야기하는 법이다.
그러나 대학과정을 세월 보내는 식으로 흘려버린 사람과 고등학교 시절에 아주 충실했으나 경제적 사정이나 다른 상황 때문에 진학을 포기한사람을 빗대어 배운 사람과 못배운 사람으로 편가름하는 건 결코 보편적가치(普遍的 價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튿날 ‘대학 때문에 한 가정이 붕괴되어야 하나...’란 생각과 함께 ‘딸 이기는 아빠는 없다’란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