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은 무역의 날이었다.
지금 50세가 넘는 분들은 ‘한 방울이라도 통 속에’,‘여러분들의 소변은 귀중한 외화를 벌어 들입니다.’,‘유로키나제를 당신의 오줌으로’ 이런 안내문을 기억하리라. 사람의 소변으로 만드는 ‘유로키나제’는 중풍(中風) 치료제로 쓰였는데 당시 1Kg에 2천불이 넘는 고가의 수출품목이었다.
5·16혁명 이후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당연히 ‘수출만이 살길이다’하고 온통 나라가 수출입국을 목표로 삼았으니 공중변소(당시는 화장실이아니었음)는 물론 각급 학교,예비군 훈련장,극장 앞은 오줌을 담는 흰 페인트 통이 널려져 있었다. 또 있다. 지금이야 환경미화원(環境美化員)이란 그럴 듯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당시는 청소부였다.
늦가을 청소부들이 돈 나무로 불리었던 은행나무를 빗자루로 쓸어 담아 리어카에 실고 가다 낙엽 몇 개만 떨어져도 또 주워 담고...... 독일의 한 제약회사가 생산한 혈액 촉진제 원료를 은행잎에서 추출(抽出)했기 때문이다. 강원도 자작나무로 만든 이쑤시개도 수출에 한 몫을 했는데 1976년에 200만 달러를 벌어 들였다. 2만개에 7달러 였으니 그 해 28억5천714만개 이쑤시개를 수출한 셈이다.
또 재미난 통계가 있다. 주요무역 동향지표(한국 무역협회 무역연구소)를 보면 1961년 수출품목 5위가 오징어,10위가 돼지털,1970년에는 3위가 가발로 나타나 있다. 결국 수출역군(輸出役軍)으로 부녀자들의 머리카락을 수집하기 위해 리어카를 끌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엿장수도 포함된다. 가발에 얽힌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드라마 단골소재 가운데 부모 약값 때문에 동생들 월사금,남편 술값으로 머리카락을 잘라 판 여인네들의 이야기도 많았다.(영화 클레오파트라의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한국산 속눈썹을 썼다고 한다.) 군사혁명 후 우리나라는 외환위기의 홍역(紅疫)을 겪었다. 국가의 운명과 희망을 걸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요란스럽게 시작하며서 장밋빛 플랜(Plan)을 국민들에게 선보였으나 이미 곳간은 비워버렸고...
자원이 없는 나라는 수출만이 살길이다. 수출입국이 나라의 운명이 걸린양 군사작전(軍事作戰)을 시작하게 한 셈이다. 사령관은 대통령 적전 참모는 상공부장관 자료를 찾아보니 매달 청와대에서 한 달에 한 번 수출관계 확대회의가 열렸다. 관계 공무원들은 “한 달이 왜 이리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매일 악몽(惡夢)에 시달린다.” 결국은 주무과장인 수출진흥과장을 아무도 맡지 않고 기피하는지라 임기를 일년으로 제한하고 임기가 끝나면 반드시 영전(榮轉)시키겠노라 약속했지만 그런데도 그 자리를 맡을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이 분들 회식자리에서는 당시 유행하던 나훈아의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이것을 개사해서 ‘수출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이렇게 바꿔 불렀다고 한다. 쌓인 스트레스는 막걸리 주전자가 쭈글쭈글 해지도록 젓가락으로 두드리고... 1964년 1억달러,1977년 100억달러,드디어 2003년에는 세계 열두번째로 2천억 달러를 달성했다. 1억달러에서 2천억달러에 걸린 기간이 40년,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 이라고 한다. 정말 대단한 나라,위대한 국민이라고 할 수 있다.
수출(輸出)역군과 민주투사(民主鬪士) 가운데 어느분들이 국가에 훨씬 기여(寄與)했을까 하는 묘한 생각과 함께 정권이 바뀐다고 ‘수출의 날’을 ‘무역의 날’로 바꾼 것도 기분 나쁘다. 정권이 바뀌면 이런 행사도 이름이 바뀌어야 직성이 풀리는지 모르겠다.
우리 나이엔 ‘수출의 날’이 훨씬 친근한데... 참으로 수출의 날을 회상하면 애절한 생각뿐이다. 요즘 사람들은 그때 그 시절을 이해할 수 있을까? 지금의 풍요가 오줌과 머리카락,그리고 은행잎이 바탕이라는 사실을... 모 회사가 얼마 전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했는데 “옛날에는 말이야 어떻고 저떻고...” 하는 것 이라고 한다. 원인 없는 결과가 있을까? 과거 없는 현재가 존재 할 수 있을까? 총천연색(總天然色) 시네마스코프 영화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이 흑백 영화의 찌직거림과 빗줄기처럼 흐르는 화면을 볼 때 걸핏하면 옛날 이야기나 꺼내고... 이런 식의 반발(反撥)이나 없었으면 좋겠다.







































































































































































































